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뜻을 굳힘으로써 경선의 무게와 흥미가 한결 커질 전망이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고문의 약진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흔들리고 있는 PK(부산ㆍ경남) 출신으로 2000년 부총재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그의 참여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독주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그가 들고 나올 ‘영남ㆍ보수 후보론’이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 노 고문과 뚜렷한 대립각을 이룬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이 주목된다.
최 의원의 출마 결심은 무엇보다 ‘이회창 대세론’의 붕괴에서 비롯했다.
‘대안 부재론’으로 이 총재를 적극 뒷받침했던 그는 2일 “상황이 변했다”고 밝혀 자신이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비록 경선에서 패하더라도 대세론의 약화에 따라 영남권과 민정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를 확보, 대선 이후를 기약할 수 있으리라는 판세 분석도 작용했음직하다. 최고위원이 번갈아 가며 맡는 대표 최고위원에 머물지 않고 ‘포스트 이회창’ 자리를 굳히려는 계산인 셈이다.
김용갑(金容甲) 의원을 회장으로 당내 보수파 52명이 참여한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모임’이 최 의원의 지지 기반이 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의 출마로 한나라당 경선은 최소 4명의 후보가 뛰는 다자 구도로 재편되면서 복잡한 경쟁 양상을 띠게 됐다.
현재 출마가 확실한 인사는 이 총재와 이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부영(李富榮) 의원, 최 의원, 그리고 3일 출마를 선언할 이상희(李祥羲) 의원 등 4명이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아직 거취를 고심하고 있고 한때 출마가 점쳐졌던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 전념하겠다”며 불출마 입장을 정리했다.
결국 이 총재와 최ㆍ이 의원 등 3인을 축으로 할 경선은 노선과 이 총재와 최 의원의 영남후보 논쟁, 이 총재와 이 의원의 주류ㆍ비주류 대결 등이 뒤엉킨 다각적 대립구도를 빚을 것으로 보인다.
3인 모두 나름대로의 독자색이 있다는 점에서 노선ㆍ정책 공방전은 특히 치열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공방이 득표전을 과열,이 총재의 신변 문제 등을 둘러싼 감정 싸움까지 부를 가능성도 있다.상황 전개에 따라 민주당 못지 않은 열띤 경선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총재측은 겉으로는 "이 총재의 본선 경쟁력을 높여 줄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여당의 공세에 버금가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예상하며 긴장을 풀지 못하는 분위기다.한 특보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르게 됐다"고 후유증을 우려했다. 이 총재가 1998년 8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총재직을 사퇴,당 장악력의 이완이 불가피한 만큼 그 동안 다져 온 조직 표 단속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무성하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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