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의 3일 방북은 내연중인 북한 핵사찰ㆍ미사일 수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특사방북의 제1 목표로 한반도 위기국면을 초래할 수 있는 북한 핵사찰 갈등 해소에 두고 있다.
2005년 북한 경수로에 핵심부품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 사찰이 개시돼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미측의 군사작전까지 상정됐던 1994년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임 특사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하루속히 대미 대화를 시작해 핵사찰 및 미사일 수출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임 특사는 2월 한미정상회담 내용,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인식, 미국 내 대북 강경분위기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비타협적으로 안보현안을 정면 돌파하는 국제정세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의 북미대화 성과를 무효화시킨 부시 행정부에게 서운함을 토로해 왔으나 이제 부시 행정부와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는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도 임 특사에게 미국에 관한 여러 질문을 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당국자는 “남북 및 미국이 상황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 고리”라며 “임 특사는 김 위원장에 가장 정확한 정책 판단 자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위기국면을 피하고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진의가 드러난다면 특사방북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임 특사는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국이 북한 침공가능성을 배제한 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한다는 미측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메시지가 전달되면 김 위원장으로서도 대미 메시지를 임 특보에 밝힐 것이며, 이를 매개로 북미대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관측통들은 핵사찰 요구에 맞서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을 요구하는 북한이 제3의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임 특보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측이 구상하는 핵, 미사일 문제 해법도 조언형식으로 밝힐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및 미사일부품을 실은 북한 선박에 대해 정선, 검색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위기국면은 미사일수출 문제에서도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사일 수출에 관한 북측의 입장이 이번에 확인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남북현안과 관련,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변화가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측이 밝힌 만큼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강조한 이산가족 및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 등에서 진전될 태도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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