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를 맞으며 북한산 자락을 두어 시간 걸었다.비를 무릅쓰고 산을 오를 만큼 마니아는 아닌데, 산에 들어간 후 비가 내렸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서울시내가 뿌연 매연속에 잠겨 있었다. 겉옷은 젖었지만 산뜻한 산 공기를 호흡하니 심신이 한층 가벼워졌다.
산 공기 못지 않게 시야를 상쾌하게 자극하는 것은 나무들이었다. 가지마다 잎눈들이 봄비를 머금고 막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 나무에서 싹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떻게 그 딱딱한 가지가 예민하게 봄을 느끼는 것인지 신기하고 오묘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자연이 황폐해지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무는 바로 생태계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감싸준다. 과거에 나무의 가치는 재목이 아니면 땔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 있는 나무가 바로 가치다. 못생겨도 괜찮다. 광화문 네거리에 있어도 좋고 설악산 비탈에 있어도 상관없다.
나무는 그 자체가 자유와 평화와 아름다움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나무를 심으려고 생각했었다.
자기가 심은 나무와 함께 자라면 그들이 인생을 보는 눈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그러나 불행히도 실천하지 못했다.
외국근무를 나가거나 직장 일에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기회를 흘려버렸다. 무릎아래 있을 때 아이들과 나무도 같이 심을 수 있다.
그들도 물론, 앞으로 나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 아버지와 같이 심어놓은 나무는 없다.
■ 사월은 봄의 한가운데이다. 기화요초가 만발하여 나들이 하기엔 그만이다. 또한 나무를 심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라면 아이들과 나무를 심어보자.
시골 고향에 땅이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가면 될 것이고, 땅이 없는 사람도 뜻만 있으면 방법은 찾을 수 있다.
아파트 거실에서 화초를 기르는 것과는 달리 나무 가꾸기의 깊음과 길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20년 후 30년 후 그 나무가 아버지와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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