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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가 진화한다…"성공한 영화ㆍ드라마ㆍCF의 이미지를 빌려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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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가 진화한다…"성공한 영화ㆍ드라마ㆍCF의 이미지를 빌려오자"

입력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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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디오가 영화와 드라마, CF를 바탕에 깔고 제작되고 있다.영화나 드라마처럼 줄거리가 있는 뮤직 비디오 얘기가 아니다. 이미 대중의 머릿속에 코드로 자리잡은 영화, 드라마, CF를 작품과 연결시킨다.

영화 OST나 드라마 삽입곡처럼 일부를 따오는 것이 아니다. 그 이미지만 차용한다.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의 눈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도 10여편의 새 작품이 쏟아지는 뮤직 비디오 시장에서 이제 웬만한 것으로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힘들다.

드라마식 구성도 식상했고 유명 스타도 나올만큼 다 나왔다. 1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해외 로케다, 특수효과다 해도 사장되기 십상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기억을 자극하는 수 밖에 없다. 인기 드라마와 영화, CF는 이미 우리 시대의 기호가 되어 그 이미지를 누구나 기억한다.

비슷한 설정은 쉽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영상에 걸맞는 음악은 전작의 이미지를 되살려 새 작품의 이미지를 증폭시킨다.

인기가 있었던 작품들인 만큼 유명 스타들이 출연하므로 스타 마케팅의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다.

작품에서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같은 배우이지만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식상함도 덜어준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음악을 위한 뮤직 비디오가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위한 음악으로 본말이 전도되면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장르의 이미지 차용은 뮤직 비디오로서는 또 다른 ‘손님 끌기’인 셈이다. 또한 영화 드라마 CF가 우리시대의 가장 강력한 코드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포지션의 ‘마지막 약속’

다음달 초부터 방송되는 새 뮤직 비디오.

김세훈 감독의 작품으로 조재현, 고수, 김하늘이 출연했다. 모두 SBS 드라마 ‘피아노’의 주인공들이다.

스타 뮤직 권승식 사장은 “김세훈 감독과 이전에 작업했던 김하늘을 섭외하다 ‘피아노’를 보고 세 사람을 모두 출연시키기로 방향을 돌렸다”고 말했다.

‘피아노’의 높은 시청률, 조재현의 인기를 산 것이다. 다만 “젊게 갔으면 좋겠다”는 조재현의 희망도 있었고 ‘피아노’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해 음악이 영상에 묻히지 않도록 아버지와 딸로 나왔던 조재현, 김하늘을 연인 사이로 바꾸었다.

고수가 그 사이에 있다.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 마르다’

제목부터 롯데 칠성의 음료수 ‘2% 부족할 때’의 광고 카피를 연상시킨다.

CF 감독 출신인 차은택 감독이 처음부터 뮤직 비디오와 CF를 함께 촬영했고 CF 주인공인 정우성에 인기 스타 전지현이 등장한다.

아이디어를 낸 싸이더스 정운탁 사업본부장은 “방송국에서 뮤직 비디오에 옥외 간판만 나와도 PPL(작품 속에 상품이 등장하는 것)로 간주, 제재를 가해 아예 제품은 보여주지 않되 이미지로 제품과 연관을 짓는 방식을 고민하다 만들었다”고 한다.

뮤직 비디오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정우성의 캐스팅, 4편으로 이루어진 영화적 구조 등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정우성(경찰)과 전지현(범죄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는 4편 가운데 정우성이 전지현을 잡으러 가서 눈감아주는 1편만 나왔다.

똑 같은 노래에 연속극처럼 다른 줄거리를 연속해서 내보내는 것도 처음 있는 시도. 몇 달 간격으로 전체가 공개될 예정이다.

■서정훈의 ‘바다에서 태어난 해’

영화 ‘파이란’에 뮤직 비디오를 따로 찍어 결합했다.

절반 이상이 여주인공 장바이츠가 등장하는 영화 장면이고 나머지 장면은 강원도 서진포의 영화 촬영지를 일일이 찾아가 만들었다.

장바이츠와 서정훈이 함께 등장하도록 영화와 뮤직 비디오 화면을 편집한 장면도 있다.

지난해부터 ‘파이란’ (이수영의 ‘스치듯 안녕’) ‘친구’ (얀의 ‘자선전’) ‘몽중인’ (오현란의 ‘나 때문이죠’) ‘버스 정류장’ (브라운 아이즈의 ‘언제나 그랬죠’) 등의 영화 화면이 뮤직 비디오길이에 맞게 편집돼 쓰인 적은 있지만 별도의 뮤직 비디오를 찍어 영화와 구성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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