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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농업개방 어떻게 볼것인가

입력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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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국경을 없애면서 한편으로는 더 큰 국경을 만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한 각종 지역 공동체가 그것이다.자유무역협정은 한마디로 국가간에 상품의 이동을 자유화해 더 큰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관세나 쿼터제 등 무역장벽을 완전히 제거해 하나의 국가처럼 교역을 자유롭게 하자는 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2개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고 68개의 신규 협정이 추진중이다.

그런데 세계 13번째 무역국인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가운데 최근 가입한 중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유무역협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즈음 들어 내수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얼마 전 미국이 철강 긴급 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취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시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우리가 너무 태평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농업 분야의 개방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다.

농업 분야 개방의 불가피성 등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농산물 개방은 ‘대통령직을 걸고서도 못 막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생산적인 토론과 합리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의 방침을 결정해야 할 때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농업 부문의 개방을 공론화하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박 회장은 2004년 뉴라운드 발족을 앞두고 농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농업 부문의 개방을 공론화하고 일부 부문의 양보를 통해 다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늘려나가야 된다고 밝혔다.

칠레와의 협정이 사과 포도 등의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도 한 배경이 됐다.

박 회장의 주장은 이렇다.

농민들이나 농민 단체들이 농산물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지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합리적으로 분석해 이성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박 회장의 발언이후 상공회의소와 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 3단체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공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경쟁력 없는 농업을 배려하다가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한국은 5~10년 내 3등 국가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장기적인 국가정책적 관점에서 농업 부문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업 부문 문제는 그 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박 회장의 말대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농민 비중은 8.9%에 불과하나 정서상으로는 89% 이상이다.

박 회장의 주장은 국내 최대의 경제단체장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농민 단체들의 반발도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조율을 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느냐에 있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한창일 때 일본에서도 농산물 개방이 뜨거운 쟁점이 됐었다.

당시 일본 학자들과 관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본의 선거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공론화가 정식으로 제기됐다. 어렵게 시작한 것이다.

‘결사 반대’나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좋은 결론이 나올 수가 없다. 정치권도 뒷짐이나 지고 있을 때가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해야 제조업도 농업도 모두 살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비생산적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다 눈 앞에 닥쳐서야 허둥대서는 결국 우리 모두의 손해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경험을 벌써 잊었는가.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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