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극심한 ‘일극(一極)사회’다. ‘중앙집권적 사회’라는 말로는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무엇보다도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와 서울대라는 ‘거대 대학’이 그것을 웅변해 주고 있다.
아마도 일극사회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의 산물일 게다. 국토의 크기는 물론 단일민족과 단일언어도 큰 몫을 하였을 게고, 주변 강대국들에 대항하기 위한 필요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은 신바람으로 불리는 일사불란한 범국민 행동을 가능케 했다는 장점도 있다. 사정이 그와 같은 만큼 그걸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일극사회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너무 둔감하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대학입시 문제다.
그건 아무리 제도와 방식을 바꿔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환상에 빠져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건 이른바 ‘서울 공화국’으로 불리는 서울 집중 현상의 산물이다.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이런 가정을 들어 설명해 보자. 서울대를 강원 북부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연세대와 고려대를 각각 경남과 전남으로 이전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울대를 정점으로 삼은 일극 파라미드 경쟁체제가 와해될 것이다.
서울에서 ‘제2의 서울대’ 노릇을 하겠다고 여러 대학들이 경쟁을 벌이겠지만, 대학의 이름값은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학연의 가치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극복하고자 애쓰는 ‘간판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입시 경쟁의 살벌함도 크게 완화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하나마나 한 말임에 틀림없다.
그 세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수도권 인구 분산을 부르짖었던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도 감히 꿈꾸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인구분산은 다른 방법으로나마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도가 피해를 본다고 아우성을 친다.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나라가 망한다고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언론도 눈치 보느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한국은 일극사회적 정신병을 앓고 있다.
모든 권력과 금력을 서울에 집중시키는 짓을 계속 하면서도 입으로는 “웬만하면 지방 내려가서 살아라”고 말하는 위선과 기만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다는 게 그 대표적 증상일 것이다.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바로 그 일극사회적 병리현상이건만 구조는 그대로 두고 말로만 지역감정 해소를 부르짖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 코미디를 중단시킬 수 있는 사람은 비수도권 사람 밖에 없지만 그들은 자식을 서울소재 대학에 보내고, 자기 고향사람을 서울의 높은 자리에 올려놓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코미디가 아니라 비극인가?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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