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면도기 및 이발기 전문기업 조아스전자의 중국 선전시 사징(沙井)현 공장. 1,200여평 규모의 이 공장은 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래 현지인 직원 130여명이 사나흘을 제외하곤 연일 야근작업을 벌일 정도로 수주물량이 넘쳐나고 있다. 공장 3층의 연구실에서는 한족 고급인력 7명이 신제품 디자인 개발과 기술 개량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조아스전자 오태준(吳泰準ㆍ49) 사장은 “해외 바이어가 면도기와 이발기 100만대 생산을 의뢰해 왔지만 자체 브랜드의 역량을 비축하기 위해 60만대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필립스와 브라운 등에 맞서 국내 면도기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고 있는 조아스전자는 유럽과 미국의 생활가전 메이커 베비리스와 콘에어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면도기와 이발기 등을 공급하는 알짜 회사.
국내 중소업계가 ‘중국 진출 백전백패’라는 오명을 안고 있지만 조아스전자는 현지 사무소 개설 1년 만에 안정적인 생산라인 구축에 성공했다. 현지 협력업체 친샹금형유한공사의 천진칭(陳進淸ㆍ52) 부사장은 “1년 후면 투자비를 회수하고 순익을 차곡차곡 쌓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우수 협력업체를 선별하는 등 치밀한 시장조사를 거친 뒤 느긋하게 현지에서 공장과 인력을 마련한 결과이다.
오 사장은 “무턱대고 중국 내수와 싼 인건비를 노리고 덤볐다가는 톡톡히 수업료를 치르게 된다”며 “모든 제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에 안정적인 생산기지를 세우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한다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조아스전자 선전공장의 또 하나 특징은 중국동포의 정예화. 총경리를 비롯해 구매, 자재, 생산 등 공장 전 분야의 책임자가 중국동포다. 중국동포와 한국인들간에 불신이 초래하는 각종 사고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오 사장이 고안한 방법이다.
이 회사 지용덕(池龍德ㆍ37) 총경리는 “한국업체들의 통역사 역할에 그쳤던 중국 동포들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전문 업무를 하게 되면서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조아스전자 선전공장의 현재 월 생산량은 10만대. 4월말께 20만대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해 현재도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올 해 목표는 국내 매출 150억원, 수출 1,000만달러. 오 사장은 “기술 설계 디자인 완제품 조립 등 핵심 분야의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중국은 천국”이라고 말했다.
선전=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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