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얻을 자격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공기업이 이런 식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도 되나요?”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분당신도시 백궁역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아데나루체’ 모델하우스 분양 현장에는 청약자격에 불만을 토해내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었다.
한국토지공사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신탁과 삼성중공업이 분당구 정자동 170의 1 일대에 259세대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돈만 많이 가지고 오면 분양에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는 상식이하의 터무니없는 청약조건을 내걸고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지신탁과 삼성중공업이 내건 청약조건은 청약금(1,000만원)만 내면 1명이 몇 개 구좌를 신청해도 상관없다는 것.
“1명이 1억원을 가지고 오면 10개의 청약권을 받을 수 있어 그만큼 당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식이었다. 사실상 투기를 조장하는 행위였다.
현재 일반아파트는 가입한 지 2년 이상된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만이 1순위로 응시할 수 있으며,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에도 순위에 상관없이 1인 1구좌만 청약이 가능해 이처럼 1명이 여러 구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현행법상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청약규제가 없는 점을 악용한 대표적 케이스인 셈이다.
특히 이 아파트가 들어설 곳은 반경 100㎙ 이내에 8~9개의 러브호텔이 성업중이어서 입주가 끝나면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우려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분양만 받으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양업자와 투기꾼들의 말에 속아 청약신청을 하는 장면이 여럿 목격됐다.
김모(37ㆍ분당구 서현동)씨는 “새 아파?z 분양받기 위해 와보니 실수요자는 찾기 힘들고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만 보였다”며 “공기업이 얄팍한 방법으로 청약경쟁률을 높여 아파트 값을 부풀리게 하는 투기에 앞장선 꼴”이라고 비난했다.
한 투자자는 “5,000만원의 청약금을 내고 5개 구좌를 신청했다”며 “서울에서 부동산 투기 단속이 강화된 이후 상대적으로 단속이 뜸한 수도권에 투기붐이 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측은 이에 대해 “청약조건 등은 분양대행업체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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