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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리는 모두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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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리는 모두 바보

입력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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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특사가 평양에서 돌아오면, 남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공동발표한다.개막식에는 아키히토(明仁) 일본천황도 온다.

김 대통령, 아키히토 천황과 함께 행사를 참관한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한다.

임 특사가 갖고 갈 대통령친서에는 그를 초청하는 내용이 있지만, 양측은 이미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상은 거짓말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만우절이면 각국 언론은 거짓말기사를 싣곤 한다.

영국의 한 신문은 몇 년 전, 드디어 애완동물용 비아그라가 개발됐다고 ‘특종’을 했다.

러시아의 한 신문은 거짓말기사 10개를 전부 찾아내면 상금을 준다는 거짓말기사를 내보냈다.

각료를 해외에서 수입키로 했다는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기사를 우리나라 언론이 인용보도한 적도 있다.

속은 독자들이 항의하고 거짓말기사를 인용한 언론이 정정보도하는 일까지 벌어지는데도 거짓말기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 한국언론이 그렇게 하면? 아마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애교있는 거짓말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없으면 언론의 거짓말은 치명적인 자살골이 된다.

하긴 우리나라처럼 거짓이 판치는 사회에서는 그럴 필요도 없겠다.

‘각하! 오늘도 만우절이십니까?’라는 책이 있지만, 1년 내내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계속되니까.

미국의 한 여론조사업체는 지난 해 만우절에 ‘가장 바보같은 미국인’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을 2년째 선정했다.

부시도 바보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조사가 가능할까.

▦ 미국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만우절은 나머지 364일 동안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기억하게 하는 날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모두 바보라는 사실을, 평소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며 고정관념에 묻혀 사는지를 알게 해주는 날이라는 뜻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을 속인 추억이 누구나 한 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112ㆍ119에 장난전화를 하면 당연히 안되지만, 거짓말은 필요하다. 이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냉혹한 진실보다는 따뜻한 거짓말이 낫다. 그것이 만우절의 메시지가 아닐까.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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