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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주)세정 박순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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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주)세정 박순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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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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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목재 파산, 국제상사 부도, 삼성의 자동차사업 실패. 지난 30년 동안 부산 경제의 큰 축들이 무너져 내릴 때마다 ㈜세정 박순호(朴舜浩ㆍ56) 회장의 억장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그래서 같은 지역기업으로 워크아웃에 빠졌던 ㈜한창이 급속히 회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요즘은 기쁘기 그지없다.

박 회장은 1974년 부산에서 ‘인디안’브랜드를 만들어 낸 뒤 30년 가까이 부산을 지키며 중견기업 세정을 일궈낸 토박이 기업인.

앞으로도 부산을 뜨지 않고 지역경제의 밀알이 될 작정이다. “조금만 몸집이 커졌다 싶으면 앞을 다투어 서울로 몰려가니 지방경제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더구나 트렌드와 유행을 심하게 타는 패션사업은 지방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다들 말했지만 ‘하면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다는 오기로 열심히 일했다”고 부산을 고집하는 사연을 설명했다.

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넉넉치 못한 농가에서 7남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나 어린시절 밥 한끼, 옷 하나 변변히 입을 형편이 되지 못했다.

“당시는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배고프고 힘든 시절이어서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을 수 있도록 사업을 크게 한번 하자고 마음먹게 됐다”고 박 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1965년 마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부산으로 올라가 니트의류(메리야스)도매상에 취직한 것이 지금의 패션 사업가로 입신한 계기가 됐다.

10년 가까이 판매현장에서 발로 뛰며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부산시 거제동에서 편직기 2대와 재봉틀5대를 놓고 동춘공업사를 시작, 오늘날 연간 400만 벌의 의류를 생산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 세정을 키워냈다.

박 회장은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남들처럼 해서는 남들과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이다. 1995년 세정이 물류창고를 짓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중견기업에서 무리하게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의류시장을 선도하는 서울 소비자의 요구에 시시각각 대응하기 위해 선진적인 물류시스템이 긴요하다는 박회장의 판단은 틀림없이 옳았다.

당시 50억원을 투자한 첨단창고와 물류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360개의 대리점에 수백가지 스타일의 제품을 자동분류, 배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1998년에는 모두가 몸집을 줄이려고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박 회장은 또다시 역발상을 했다.

할인점용 브랜드 ‘베스파’를 새로 내놓은 데 이어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선 것. 수출사업부를 만든 지 3년 만인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 500만 달러 어치의 의류를 판매하는 개가를 올렸다.

경쟁력은 역시 최고의 품질. 티셔츠 1장당 100~120달러를 받아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역발상을 ‘위기의 경제론’으로 설명한다. “남들이 움츠릴 때 기회를 포착하지 않으면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시장도 빼앗기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위기가 도래할 때 축소경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 회장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누누이 강조하며 실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임직원이 모은 성금 3억원을 부산시에 전달하고 금정구에도 따로 1천 여 만원을 보냈다.

낙도어린이 성금보내기, 불우시설 지원, 자선바자회 개최 등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창출에 있지만 창출된 이윤은 사회와 고객 그리고 종업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회장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2개의 소망에도 부산에 대한 진한 연정이 담겨있다. 복지재단을 설립해 노인들이나 불우 청소년들을 돌보는 것이 그의 첫번째 소망인데, 물론 부산에 지을 계획이다.

부산 섬유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부산섬유패션진흥센터’를 하루빨리 건립하는 것이 그의 둘째 소원이다. 박회장은 “중앙정부와 부산시 관계자들이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신신 당부했다.

■약력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1965년 마산상고 졸업

▦1974년 동춘공업사 설립

▦1996년 ㈜세정 대표이사 회장

▦1996년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회장

▦199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1년 한국물류대상 대통령 표창

▦심현녀(沈賢汝ㆍ54)씨와 3녀

▦취미는 골프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세정'은 어떤기업

인디안, 인디안옴므, 앤섬, 베스파 등 8개 브랜드의 정장, 캐쥬얼 의류를 생산하는 부산의 향토기업. 최초 브랜드인 ‘인디안모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세정어패럴, 세림어패럴 등 6개의 계열사를 두고 연간 400만벌의 의류를 생산해 내고있다.

세정의 강점은 360개 대리점을 연결하는 최첨단 물류시스템. 패션업계 최초로 경남 양산시에 첨단 자동물류센터를 설립했고 30억원을 투입, 고객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시스템도 구축했다.

인디안의 티셔츠와 스웨터는 세탁 후 특정부위가 늘어나거나 비틀림 현상이 생기지 않아 오래 입어도 새 옷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다.

대당 수 억원에 달하는 첨단 컴퓨터 편직기를 도입하고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해 불량률도 제로에 가깝다.

인디안 브랜드는 박 회장이 직접 명명했다. 회사 설립 후 첫 시제품 300벌을 들고 서울로 판로개척을 위해 기차를 타고 상경하다 영감이 떠오른 것.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던 책에서 인디안 추장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처지가 인디안의 개척ㆍ도전 정신과 너무도 흡사해 무릎을 치면서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세정은 인디안 브랜드의 안정적 매출로 창업 이후 줄곧 흑자경영에 성공하고 있다. 연평균 매출신장률도 20%대로 지속적인 성장추세.

지난해 1,960억원의 매출에 392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캐주얼 브랜드 ‘NII’와 ‘O2break’등의 신제품은 나오자 마자 신세대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NII’브랜드 하나만으로 지난해 1,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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