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올해 주주총회의 첫 테이프를 끊은 기업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난 넥센타이어(구 우성타이어)였다.“기업 투명성과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규상 사장)이었다.
그 덕분인지 주당 7,000원대에 머물던 이 회사 주가는 주총 이후 한 달여 만에 60%가량 치솟았다.
특정 일에 한꺼번에 주총을 여는 ‘보이지 않는 담합’을 통해 주주권리를 제약하는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주말 102개사 주총을 끝으로 1,218개 12월 결산법인의 한 해 기업농사가 마무리됐다.
경기 가뭄의 긴 터널을 벗어난 데다 주가도 좋아 올해 주총 분위기는 대체로 푸근했다.
참여연대의 예봉을 벗어난 삼성전자 등은 주총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됐고,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소액주주가 나서 경영실적에 걸맞게 이사진 급여를 대폭 인상하라고 건의,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일부 기업은 국내 주주는 홀대하면서도 외국인 주주들에게 경비 등을 대주며 과시용 ‘모시기’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주총과 주주들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다는 게 증시 주변의 평가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실적 못지않게 투명한 경영과 주주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이 대접받는다는 당연한 진리를 확인한 것이 이번 주총의 최대 성과”라고 말했다.
특히 회계 감사 강화와 상장ㆍ등록 폐지 기준의 엄격한 적용으로 빚어진 올해의 퇴출 대란 역시 이 같은 상식이 외면돼 왔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번 주총은 정부의 채찍질이 아니라, 주주의 눈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의지를 먼저 읽는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최윤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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