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ㆍ노무현 후보가 주고 받는 공방이 점차 감정적 양태를 띠며 본질을 일탈,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민주당 경선이 낙후된 정치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이인제 후보에게 경선 완주를 권유하고 노무현 후보에게 정계개편 주장의 성급함을 지적한 것도 경선이 유종의미를 거둬야 우리 정치의 새장이 열릴 것 이라는 취지에서 였다.
이 후보는 전주 TV 토론에서 노 후보가 초선의원 시절 발언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속기록과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서의 녹취록을 들이밀며 노 후보의 이념적 급진 성향을 추궁했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재벌 해체를 거론한 노 후보의 주장은 좌익 성향으로 페론이즘에 해당한다는 공격이다.
이에 노 후보는 연설의 특정 부분만을 떼어내 사상을 검증하려는 것은 극우 매카시즘적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당시의 주장은 상징적 표현으로 지금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시 통일민주당 공천으로 나란히 원내에 입성했다. 90년의 3당 합당 때 제갈길을 가긴 했지만 국회 노동위와 5공 및 광주 청문회에서 스타로 부상하는 등 비슷한 정치역정을 걸어 온 것도 사실이다. 경선에서의 승리라는 제로섬 목표 때문에 서로를 헐뜯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TV 토론이 지니는 즉물(卽物)적 성격을 감안하면 상궤를 벗어난 공격성 발언이 돌출하는 등의 무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토론이 색깔론과 음모론, 정계개편과 지역주의 공방 등 소모적인 모습으로 시종하는 것은 지나치다.
두 사람은 본란이 여러 차례 상기 시켰듯이 민주당 경선은 당내 행사 차원을 넘어 우리 정치의 중요한 실험이라는 사실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건전한 방식의 상호 검증과 생산적이고 수준을 갖춘 이념 및 정책 대결로 경선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승화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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