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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경선주자 전주 토론회 / "盧는 좌파적" "李는 극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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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경선주자 전주 토론회 / "盧는 좌파적" "李는 극우적"

입력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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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8일 전주에서 열린 전북지역 TV합동 토론회에서 이념문제와 정계개편론, 음모론 등을 놓고 가시 돋친 격론을 벌였다.이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시장주의를 거부하는 좌파적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음모론 주장도 계속했다. 이에 노 후보는 “민주당 내에서의 색깔 공세는 이해할 수 없다”며 역공을 가했다. 이들 사이에서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경선 분위기를 해친다”며 양측을 모두 비판, 틈새를 공략했다.

▦ 이념노선 공방

이인제=노 후보는 1989년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 당시와 88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노동자 주식 분배와 재벌 해체 등을 주장했다(이 고문이 소개한 발언요지 4면). 국회의원 신분으로 과격한 사회주의적 정책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의 이런 사고와 이념은 중대한 문제다.

노무현=당시에는 비유적,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지금 내 생각은 다르다. 특정 문구만을 인용해서 후보의 사상을 검증하려는 것은 극우 언론이 써왔던 수법이다. 왜 이 후보가 그런 수법을 쓰나.

이=(말을 가로막으며) 극우적 수법이라니.

노=한국 언론이 많이 써왔던 매카시적 수법과 닮지 않았나. 극우 언론, 한나라당의 이런 공세 때문에 우리 당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과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색깔론은 용공 시비가 본질이다. 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공산주의다. 노동자에게 주식을 분배하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 불법파업 현장에서 계급의식을 선동한 것 아니냐.

노=생산적 복지를 강조하면 급진 강경이라고 말한다. 내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공세를 펼칠 한나라당에게 빌미를 주는 이유가 뭔가.

▦ 국보법 철폐ㆍ민영화 문제

이=민주당은 국보법의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나 노 후보는 철폐를 주장한다. 김 대통령은 철도 등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지만 노 후보는 이를 반대한다.

노=개별정책에서는 누구나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민주당 당론이 점진적 개혁이 된 이유는 자민련과의 공조 때문이었다. 민영화 역시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냉전해체 과정에서 안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협하는 국보법 철폐는 옳지 않다.

▦ 정계개편론

이=정계개편론의 뒤에 음모론이 있다. 노 후보는 대선 후보직을 내놓고서라도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노=나는 지도부와 협의할 것이고 정치적 비전을 국민에게 주장할 뿐이다.

정동영=정계개편론 취지는 좋지만 경선 뒤에 해도 된다. 노=동의한다. 정 후보가 이 후보에게 서로 정계개편론을 거론하지 않기로 제의해 달라.

정=이 후보에게 제안한다. 정계개편을 더 이상 제기하지 말자.

이=정 후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노 후보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 왜 논쟁이 되겠나.

노=정계개편론의 뒤에는 아무런 음모가 없다. 이 후보는 나에게 박지원(朴智元) 특보를 만났느냐고 TV토론회에서 질문했다. 그게 언제인지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내가 알리바이를 대겠다.

▦ 음모론

이=음모론은 나나 우리측에서 제기한 것이 아니다. 노 후보가 난데 없이 정계개편을 얘기하자 어떤 배후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들이 시중에 떠돌았다. 나는 잘 모르나 연기가 나면 어딘가 불이 있고 그림자가 있으면 실체가 있을 것이다.

노=음모가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이=일개 경선 후보의 입에서 정계개편론 얘기가 나왔다.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가 경선 후보를 사퇴할 때 압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 않나.

노=만일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김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음모가 사실이라면 김 대통령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할 수 있나.

이=대통령은 평당원이고….

노=(말을 끊으며) 주체가 누구냐. 대통령이라면 지나친 주장 아니냐.

▦ 정체성

이=노 후보는 나에게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다며 심지어 한나라당으로 가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1995년 김 대통령이 국민회의를 만들 때 ‘반역사적 행위’‘야바위 행위’라고 비난했다. 새정치국민회의를 두고 ‘헌정치 반복회의’라고도 했다. 그러다가 97년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노=한국 야당사는 이합집산의 역사다. 그러나 누구도 야당 틀 속에서의 이합집산을 정통성 훼손으로 말하지 않으므로 내 정체성에는 문제가 없다. 당시 야바위라고 한 것은 김 대통령에게 한 것이 아니라 일부 의원에게 한 것이다.

이=3당 합당의 주역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어떤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 않나.

노=아직 보내지 않았지만 보낼 생각이다. 역사성을 복원해야 한다.

전주=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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