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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후의 여성탐구] 탤런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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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후의 여성탐구] 탤런트 김정은

입력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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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탤런트가 있다.화면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그렇다. 단숨에 CF계를 평정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연예인이다. ‘귀엽다’‘친근하다’‘코믹하다’그리고 ‘만만하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모두 모으면 ‘관계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올 한해 30억 이상 벌 것이다.

발랄한 젊은 처녀가 훨씬 나이 많은 언니와 아저씨를 위한다고 귓속말로 조언을 하고 제발 ‘부자 되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한다.

남성에게 얽매이지도, 남성과 경쟁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남성 친화적이다. 잊혀졌던 이타적이고 따뜻한 누이의 이미지가 현대적으로 부활된다.

인터뷰는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밝은 표정으로 묻는 말에 주저함이 없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일단 ‘마마걸’, 아버지는 외모에 ‘물을 흐려놓으신 분’이라는 식이다.

어머니는 미스 코리아 출신. 여섯자매 중 넷째지만 결혼은 가장 먼저 하셨다. 김정은은 첫 아이라 친척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여동생 하나. 공부뿐 아니라 뭐든지 잘했던 아이. 가족들이 시키면 앞에서 노래 부르고…. 집, 교회, 학교만 알던 착실한 아이.

중학교 2학년 때의 사건 후 변하기 시작했다. 교화시키라고 짝을 맺어준 ‘노는’아이와 친해지면서 삶이 달라진다.

그런 아이와 친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푹 빠지게 된다. 공부하는 친구들과 멀어지고. 같이 남자친구를 만났다가 학교 선생님께 들통났다.

자신은 부모에게 허락 받았다고 맞지 않았지만 공부 못하는 친구는 허락받지 않았다고 매를 맞고. 그 친구와도 멀어진다.

이후 부모나 친구의 요구에 따른 길이 아닌 자신만의 세계로 간다. 그래서 영원한 마마걸이 아니다. 공부를 잘 했던 것은 부모의 기대에 맞춘 것이다.

그대로 했으면 약대에 진학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성적은 떨어지고 놀게 된다.

사실은 하고 싶은 것에 열중한 것이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음반을 마니아 수준으로 모으고.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의 책은 고교 때 읽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는 “다시 살아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어른들이 시키는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지 하고 싶은 공부를 그만 둔 것은 아니었다. 외적 요구로부터 자유롭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기에 지금의 김정은이 있게 된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순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요인이 크다. 자식을 소유하지 않는 어머니.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지만 속으로는 약한 분이다.

주장은 많지만 결국 목적은 가족을 위하는 것이다. 딸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할 것을 확신한다. 충돌은 대개 딸의 뜻대로 끝이 난다. 그래서 어머니 설득은 시작부터 어렵지 않다.

김정은의 특징 중 하나가 과감한 결단력이다. 마약사건이 터졌을 때 외할머니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낸다.

‘전화위복’이라고. MBC 드라마 ‘해바라기’촬영을 위해 삭발해야 할 때도 외할머니만 찬성한다.

독립( ), 삭발 그리고 최근의 패러디영화 ‘재밌는 영화’ 출연 등과 같은 과감한 결정은 외할머니쪽 요인과 관련이 있다.

집안에 여성이 많고 가족 문화도 어머니 중심이다. 여성들과의 관계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본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과의 접촉은 적다.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아버지는 말도 적고 고지식하시다. 아버지를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부모의 가치관을 그대로 수용할 때까지는 좋은 관계였지만 다른 길을 찾아가면서부터 아버지와의 노출되지 않았던 갈등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남자친구를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가’에 기준을 두고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상대가 결정토록 하는 이런 수동적 태도는 다른 관계에서는 관찰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남성 이미지와의 접촉이 적고 반응을 적절히 받아보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남자들과의 관계는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아픈 동물도 그녀에게 가면 살아난다. 병아리나 토끼처럼 키우기 어려운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교감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상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사람들과도 정서적 교감도 그만큼 원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호감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런 능력은 행동으로 배어 나온다. ‘태도’가 예쁜 이유다. 외모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다양하게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는 있다. 교감능력을 가지면 상처도 쉽게 받는다. 이번 마약사건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 그리고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팬사이트에 ‘나는 잘못 없다’고 올려버린 것이 그 예이다.

스스로는 후회하지만 그런 그녀가 솔직해 보인다. 비난을 힘들어 하는 것은, 비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비난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칭찬과 관심만 받던 아이였기에 비난에 무력하다. 하지만 모든 비난을 피할 순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마약사건을 비난 받는 것을 훈련하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공감 능력, 발랄한 자기성취 그리고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판단 능력이 현재의 그녀를 탄생시켰다.

자신보다 집단을 우선하는 태도는 시끄럽지만 따뜻한 친척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형성된다.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현대에서 이런 그녀의 출연은 우리 사회의 복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든다.

솔직한 김정은은 매니저가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 데도 면담이 재미있다고 조금 더하자고 조른다.

■CF에 비친 김정은의 매력

김정은은 “‘예쁘진 않지만…’이라는 수식어에 익숙하다”고 말한다.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MBC 메디컬드라마 ‘해바라기’에서도 삭발에 환자복을 입었던 그다. 애써 ‘예쁜 척’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난 기가 막힌 외모나 청순미로 승부하는 연기자는 아니다. 친근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나의 승부수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꿰뚫고 있다.

‘부~자되세요.’(BC카드)는 그녀의 강점을 멋지게 살린 히트작이다.

소비재가 아닌, 신용카드나 고급 가전제품 부문의 광고에서는 이영애나 심은하 등 여성미를 한껏 풍기는, 귀티 넘치는 여배우가 아니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게 일종의 불문율이었지만 김정은이 이를 보기좋게 깬 것이다.

장난기와 귀여움, 대본에도 없는 말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남다른 순발력이야말로 김정은의 매력이다. 대부분 여성 모델들이 드라마에서 얻은 청순한 이미지 등 전통적인 여성미를 CF에 활용하는 반면 김정은은 자연인으로서의 개성을 광고에 한껏 살렸다.

카피라이터 이남경씨는 “다른 여배우처럼 살짝 미소 짓는 대신, 장난스러울 정도로 활짝 웃는다. 시선을 지그시 내리깔지 않고, 소비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다소곳한 포즈 대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고 평했다. 20대 중반의 여자가 남녀노소 모두를 유머감각과 생기발랄함으로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뜬다는 것은 여자 광고 모델의 덕목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바라만 보는 ‘여신’이 아닌, 누이같이 친근한 여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약력

▲건국대 공예과 2년 휴학중

▲1997년 MBC탤런트 공채25기로 데뷔

▲TV드라마 MBC'해바라기',SBS'여인천하''아버지와 아들'등 출연,현재 SBS'한밤의 TV연예'MC로 활약 중

▲BC카드 '부자되세요',진로'하이주',맥심커피등 CF출연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로 첫 영화출연.4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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