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그랜저 타는 나이가 한의대 30세, 의대 35세지만 공대는 45세, 자연대는 영원히 못 탄다는 말이 돌고 있다.”삼성경제 연구소가 고교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공계 출신 인력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수준 하락 때문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며 소개한 대학가 농담이다. 소득과 처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이공계 이탈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뼈있는 말이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이공계 고급 인력들은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상경계 출신보다 훨씬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다. 기술 후진국으로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수한 이공계 출신들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인 우대와 청소년들의 이공계 선망 분위기 속에서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일궈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이공계 고급인력의 소득은 대졸 초임 연봉부터 처지기 시작했다. 공직 등 사회요직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앙부처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국내 30대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이공계 출신자 비율은 각각 14%, 22.8%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에 이공계 고급인력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학기술인력의 공동화현상으로 더 이상 기술발전을 이룰 수 없는 위기상황에 빠질게 뻔하다.
이제 이공계 인력양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산학연대를 통해 이공대 출신 인력을 양성하고 이공계 출신에게 인사 및 급여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고급인력들의 해외유출을 지금처럼 방치하다간 성장 잠재력에 치명적인 화를 입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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