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김모(45)씨는 최근 서울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출근고통’을 더 이상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5년전 서울에서 이사한 김씨는 승용차로 1시간 가량 걸린 출근시간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올들어 차량급증으로 출근시간을 가늠하기 조차 힘들어졌다.
금년부터 일산이 고교평준화지역으로 바뀌어 자녀 교육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탈 일산’에 한몫했다.
분당에 사는 주부 최모(34)씨는 요즘 쇼핑만 생각하면 골머리를 앓는다.
평일인데도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뤄 ‘한가한 분당 쇼핑’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최씨는 인근 용인 아파트촌과 광주지역 주부들의 분당 ‘원정 쇼핑’이 일상화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씁쓰레 했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있다.
일산은 계획인구보다 2배 가량 많은 인구가 유입돼 출·퇴근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고, 분당은 인근 용인 난개발지역과 광주지역 신도시 주민들과 생활권이 묶여져 쇼핑 공간, 의료서비스 등이 잠식 당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991년 5개 도시별로 지역특성과 적정 인구 등을 설정해 신도시를 개발했다.
그러나 5개 신도시 모두 자족기능을 상실, 베드타운으로 전락했으며 급속한 인구 팽창으로 도로 녹지 공공시설 등 각종 도시기반시설은 제기능을 상실했다.
2월말 현재 일산 거주자는 14만3,000여 세대, 44만2,000명. 신도시 개발 당시 계획했던 인구(6만9,000세대, 27만6,000명)의 두 배에 이른다.
평촌신도시 역시 계획 인구를 크게 초과한 7만6,000세대 23만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분당 중동 등 나머지 신도시도 ‘포화상태’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신도시 개발 평가’에 따르면 일산은 주변지역과의 연계교통이 부족하고, 중동은 도시기반시설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평촌과 산본은 전 거주지에 비해 주거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제국 박사는 “현재 신도시 인구규모를 고려하면 교통 유통 녹지 등 각종 도시기반시설이 무계획적으로 조성된 구시가지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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