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포기설이 나돌던 이인제 후보의 계속 참여 선언으로 한 고비를 넘기는가 싶던 민주당 경선이 노무현 후보의 잇단 정계개편 발언으로 시끄럽다. 노 후보는 승기를 잡은 16일의 광주 경선 직후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더니 점차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평소의 지론이라지만 정치인은 때와 장소에 따라 할 말, 안 할 말을 가려야 한다. 이 후보가 불공정 경선 가능성이라고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음모론 공방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오는 정계개편 발언은 경선의 모양새를 훼손시킬 소지가 크다.
노 후보는 “경선에서 승리하면 (정계개편을) 공개 제안, 당내 합의를 끌어낸 뒤 당 중진들과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식 제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후보 등 민주당 지도부와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은 자신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의 개혁 성향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에 넘치는 것 까지는 좋으나 민주당 경선이 16곳 중 이제 겨우 6곳이 끝났고 선거인단의 15% 정도가 투표를 마친 상태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 된다. 성급하고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노 후보는 당내 경선에 나선 주자 중 한명일 뿐이다. 상대당 의원의 거취를 언급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라는 비난을 자초 할 것이다.
노 후보는 돌풍의 주역이 된 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는 눈이 옛날과 다름을 잘 알아야 한다. 거침없는 정치적 언사와 덜 다듬어진 행동 등은 이인제의 대세론에 맞서고 기존 정치권을 비판할 때는 그런대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도전받는 위치에 있으며 수 많은 검증을 앞두고 있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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