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는 디즈니가 만들지 못한 진짜 디즈니 영화다.”미국 한 평론가의 말처럼 ‘E.T.’는 82년 당시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가장 화려한 동화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그는 이번에 무려 140장면을 컴퓨터 그래픽과 3D 애니메이션으로 손보았지만 ‘리메이크판’, ‘감독판’ 등 일체의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다시 E.T.를 우려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싫었던 것이다.
제작사인 UIP는 ‘E.T. 재개봉’이란 단어를 쓰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도 ‘E.T.’가 4월5일 재개봉한다. 20년만이다.
▽E.T.의 줄거리
무리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가정집에 숨어 들어 소년 엘리어트(헨리 토마스)를 만난다.
아이는 외계인을 E.T.(Extra-Terrestrial)라 부르며 형 마이클(로버트 맥노튼)과 여동생 거티(드류 베리모어)와 합세, 돌봐준다.
E.T.는 아이들에게 말도 배우고, 자신의 별에 통신을 보내지만 체력이 떨어져 숨지고 만다.
E.T.와 작별 인사를 하던 엘리어트는 E.T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을 안다. 아이들은 E.T.를 집으로 보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다.
▽왜 E.T.인가
할리우드가 규정하는 외계인은 두 가지. 우선 ‘화성침공’부터 ‘에일리언’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영화들이 재현해온 우주 괴물은 지구의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 지구인과 소통불가능한 존재였다.
스필버그는 1977년 선보인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로 시작, ‘E.T.’에서 인간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전혀 다른 우주 생명체를 선보였다.
E.T.는 홀어머니 가정인 엘리어트의 가족을 하나로 묶어준 존재.
이 선량한 우주 생물체의 출현 이후 할리우드 영화는 ‘콘 헤드’ ‘새 엄마는 외계인’ 등을 통해 우주인을 가족 안으로 끌어 들였다.
▽E.T.의 20년간의 성과
E.T는 82년 6월11일 미국에서 개봉해 미국에서만 4억달러, 전세계적으로 7억200만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97년 복원판 ‘스타워즈’가 흥행기록을 경신하기까지 15년간을 박스오피스 최정상 기록을 지녔고, 지금도 ‘타이타닉’ ‘스타워즈’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이어 4위의 흥행기록을 갖고 있다.
83년 아카데미 최우수 음악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 사운드믹싱상을 받았고,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3개상을 수상했다.
자전거 탈출 장면에 흘러나오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E.T.만큼이나 유명하다.
엘리어트의 상처를 치유하던 E.T.의 중지손가락은 ‘터미네이터’에서는 엄지손가락으로 대체됐고, 개구리가 쏟아지는 장면은 ‘매그놀리아’에서 개구리 비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변신한다.
‘무서운 영화1’에서는 자전거와 달 장면이 패러디됐다. 미국에서는 22일 개봉, 1,42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
▽무엇이 달라졌나
생명체로서의 E.T.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디지털과 3D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 놀랄 때는 관자놀이가 움직이고 음료수를 마실 때는 목선에 주름이 잡히며 슬퍼하거나 기뻐하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정부요원들이 손에 쥐었던 총을 CG로 지우고 대신 무전기를 쥐게 함으로써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표현해 못내 후회스럽다”던 스필버그의 한을 풀었다.
찰흙인형으로 만들어 촬영이 불가능했던 목욕 장면을 새로 연출했다. 로봇을 물속에 넣고 그래픽으로 표정과 물방울을 만들어 넣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엘리어트와 E.T가 자전거를 타고 달을 가로 질러 가는 장면에서는 아이의 옷자락이 바람결에 펄럭인다.
“E.T. 집에 전화할래(E.T. Phone Home)”를 말하는 E.T.의 입 모양이 자연스럽다.
▽E.T. 복원의 정치적 의미
평론가 심영섭씨는 E.T.를 정치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80년대 미국은 강경노선을 내세운 레이건 정부의 자신감이 충만한 시기였다. ‘E.T.’는 매우 퇴행적인 영화이다.
아이가 외계인을 구한다는 설정이 그렇고, 카메라 앵글은 대부분 E.T.의 눈높이에 맞췄다.
타자에 대한 시각이 두려움 대신 아이의 순진함으로 대체된 것은 미국의 정치적 노선과 입장을 같이 한다.
E.T.에 대한 열광은 강자로서의 미국이 새롭게 갖게 된 여유의 상징이다. 이제 미국은 조지 부시의 보수 강경 노선이 지지를 받고 있다.
E.T.는 정치적으로 보수주의가 득세한 시점에 개봉되는 운명을 갖고 있다.
‘E.T.’는 물론 ‘스타 워즈’ ‘인디애나 존스’등 일련의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가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위상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T의 주인공들
▽E.T
아버지/ 5세때 뉴저지 평원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던 꼬마 스티븐 스필버그.
어머니/해리슨 포드의 아내인 시나리오 작가 멜리사 메티슨.
생년월일/1981년 1월 (모형제작자 람발디 제작)
키/평소에는 121㎝이나 몸을 펴면 142㎝.
외모/머리 지름 50㎝의 ‘대두’족으로 눈은 아인슈타인과 헤밍웨이를 닮음.
▽헨리 토마스
1982년-11세. 오디션에서 강아지가 죽었을 때의 느낌을 울먹이면서 이야기해 감독이 그 자리에서 주연으로 결정.
2002년-31세. ‘수사이드 킹’등 15편의 TV,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렇다 할 주목은 받지 못하는 조연.
▽드류 베리모어
1982년-7세. 오디션에서 “나는 펑크록 가수이며 20개주 순회공연을 마쳤다”고 깜찍한 거짓말로 자신을 소개.
2002년-27세. 술, 마약에 찌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92년 재기, 영화제작자로 ‘미녀 삼총사2’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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