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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정글쥬스'는 무슨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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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정글쥬스'는 무슨 맛?

입력
2002.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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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영화제작자) “장혁, 이범수 과거가 의심스럽다.두사람 진짜 양아치 출신 아니냐” (관객1)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젠 조폭도 아니고 양아치냐” (관객2) “무슨 소리. 재미있기만 하던걸” (관객3)

지난 주말 영화 ‘정글쥬스’가 전국에서 25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다른 영화제작자들은 장탄식을 보내고 관객 반응도 극단적이다.

지난해 ‘자카르타’ ‘두사부일체’가 흥행했을 때도 이랬다.

‘정글쥬스’의 성공요인은 장혁 이범수의 스타성, 마약에 취해 자고 있는 이범수를 본 장혁의 투덜거림(‘이 XX, XX 낙천적이에요”)이나 “몸매 참 착하다” 식의 재미있는 대사, 철학자 같은 마약상이나 부산 갈매기파 같은 독특한 조연 캐릭터.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영화를 성공시킨 악마적 요소 하나. 이 영화는 일탈 교과서의 새 버전이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으로 환각제를 만드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고 은행 현금인출기를 무작정 끌고 나오는 대담한 범죄 행위가 나오며 ‘생활의 발견’에서 나온 기묘한 섹스 체위도 보여준다.

은밀히 머리 속에서 상상했던 범죄나 섹스가 눈앞에서 보여진다는 것은 분명 흥미진진. 경찰에서 영화에 따른 모방범죄를 걱정하고 있다는 후문은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이런 영화는 밟으면 밟을수록 강해진다.

영화를 성공시킨 긍정적 요인 하나. 이 영화의 제작사 싸이더스가 3년전 만든 ‘킬리만자로’(오승욱감독)에는 양아치 같은 전직 경찰이 나왔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그는 비열하고 나약했으며 늘 패배했고 무엇보다 진지했다.

그러나 ‘정글쥬스’의 주인공 양아치들은 다르다. 두들겨 맞고 또 맞아도 벌떡 일어섰고, ‘죽을 뻔한’ 싸움에서 최후까지 살아 남았다.

아무 생각없는 두 사람처럼 영화의 전개도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인생이 안 풀린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양아치 편’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 관객이 아무리 들어도 이 영화는 그냥 ‘양아치 영화’일 뿐이다. 영화는 수돗물에 색소와 사카린을 탄 완전한 100% 불량 냉차 맛이다.

다만 ‘불량 식품의 진정성’을 갖췄다는 게 이 영화의 성공 요인. 그게 어디냐고? 그렇다면…. 컷!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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