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주인은 누가 될까. 올 상반기중 실시될 정부 소유 KT 지분(28.3%, 8,857만4,429주) 매각을 앞두고 KT의 경영권 향배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어느 한 기업이 공기업 민영화 특별법상 1인당 소유 한도(15%)까지 KT 지분을 차지할 경우 재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나 KT는 특정 기업이 경영권을 독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KT 이상철 사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민영화 이후 KT는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KT 민영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경영권을 노리고 우호적 지분을 규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 지분 확보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삼성, SK, LG, 현대차, 포철 등 5대 그룹이다.
1인당 소유 한도인 15%를 모두 확보하려면 3조46억원(26일 종가 기준), 2~3%를 매입한다 해도 4,000억~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T 지분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 삼성은 이미 삼성전자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KT 지분 인수 방안을 연구ㆍ검토해왔다.
삼성은 통신서비스 업체인 KT, KT 지분 5%를 소유한 마이크로소프트, 중계기 및 단말기 등 정보통신 장비를 제조하는 삼성전자가 협력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KT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삼성 관계자는 “KT는 매력적 상품”이라며 “다만 ‘삼성이 다 독식하려 한다’는 업계 내외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SK, LG 등 다른 그룹들은 삼성의 KT 지분 확보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지분 참여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삼성이 KT 지분 15%를 모두 인수하느냐, 아니면 2~3%만 인수하느냐에 따라 대응 방법과 수위가 달라진다고 보고 삼성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KT 지분 15%를 취득하려 한다면 삼성전자 한 곳만 내세우는 형식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십개 계열사와 협력사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몇 년 안에 우호 지분까지 확보하면 KT 경영권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나 LG 역시 지분 확보전에 뛰어드는데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SK는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선 시장까지 탐을 낸다는 비판이 일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SK 고위 관계자는 “KT 지분 매각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직 어떤 내용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 역시 유ㆍ무선 통신서비스 업체는 물론 통신장비 제조업체까지 보유한 마당에 KT 지분 참여에 나서기가 어려운 형편이지만 ‘보험’ 차원에서 지분 매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차 그룹은 미국 중국 등 해외생산기지 설립 및 확충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태여서 지분 확보전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포철 역시 에너지, 생명공학(BT)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진행 중이고 이미 파워콤, SK IMT 등 통신업체에 투자를 한 만큼 추가적인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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