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가를 나와 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았던 김모(23)일병은 화가 불쑥 치밀었다.수술비 등 60만원 정도의 입원ㆍ치료비를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병원측 설명에 항의하다 현역사병은 보험혜택이 정지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의 부처이기주의와 무사안일로 전국민 의료보험혜택의 유일한 사각지대인 50만 현역사병 문제가 10년 이상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두 부처는 휴가군인 진료에 대한 보험적용에 공감하면서도 ‘누가 돈을 댈 것이냐’를 놓고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역사병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국가 관리를 받고 있어 보험가입자의 피부양자가 아니라는 명분 때문.
그러나 휴가 중에는 현실적으로 군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현역병의 부모 등이 직장보헙가입자일 경우 군 복무자에 대한 보험료를 내고 있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군복무자 등 건보적용정지 대상자가 보험적용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병원측으로부터 다시 돌려받은 액수는 무려 13만건에 21억여원. 이들 중 대다수는 현역병이라는 게 공단측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관련부처는 손을 놓고 있다.
국방부는 90년대 중반부터 복지부에 현역병의 보험적용 정지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보험료를 내라’며 거부하고 있다.
국방부측은 휴가기간이 한 달도 안 되는 데 1년치 보험료를 낼 수 없을 뿐더러 연간 600억~700억원의 보험료를 낼 예산도 없다고 거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1998년 행정쇄신위원회가 사병의 보호자가 직장가입자인 경우 보험 혜택을 주고 지역인 경우 보험가입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복지부는 강제가입 보험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더 큰 문제는 양 부처의 해결의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근 2년 동안 사무관급 실무진에서 말만 오갔을 뿐 부처 책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적이 없을 만큼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무자들의 전화연락만 몇 번 오갔고 협의를 위한 양자간의 회의나 공문이 오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인 신현호(申鉉昊)변호사는 “선 조치, 후 청구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될 수 있는데도 손 놓고 있는 것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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