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곳곳에서 전화를 해오는 것으로 보니 이번에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네요.’대검 중수부가 ‘이용호게이트’ 특검의 수사기록을 넘겨 받아 기록 검토에 착수한 25일과 26일, 대검청사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검의 핵심라인에는 모처로 부터의 전화공세가 잇따랐고, 검사들은 이를 응대하느라 진땀을 뺏다.
“차라리 출입기자의 취재 관련 전화라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죠.”한 검사의 푸념에서 전화의 출처가 검찰 보다도 센 곳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배어 나왔다.
검찰은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모두 입을 다물어 통화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검찰이 벼랑에 몰렸기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격앙된 반응도 잇따랐다.
대검의 한 간부는 “누가 전화를 한다해도 화가 되면되지 절대 이로운 일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사 대상자들이 아직 권력의 힘을 받고 있어 결코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첨언도 이어졌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을까.
일련의 게이트에서 검찰에 전화를 걸었던 힘센 기관 고위관계자들의 행태로 볼 때, 이번에도 검찰의 힘을 빼려는 시도가 이미 시작됐다는 가정이 먼저 떠오른다.
이 가정이 맞다면 그 결과는 ‘검찰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다.
특검수사에서 까발려진 검찰 ‘부실’의 단초는 외부 전화와 압력에서 비롯됐고, 이 악순환이 재발하면 검찰은 회생 불가능한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침몰은 국가기강의 와해를 의미한다.
차정일 특검팀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의 손과 발을 묶으려는 2차시도가 있다면 이 역시 영원히 감춰질 수는 없다. 이제는 검찰을 놓아줘야 할 때가 됐다.
검찰의 몰락은 더 강력한 특검을 결과하게 된다. 그 상황은 ‘그들’에게도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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