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 경보’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매도가 ‘일시적’이며 삼성전자에 ‘국한된’ 것으로 파악했던 전문가들도 “매물규모가 과도하며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조1,347억원을 순매도, 1999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보였다. 25일 2,223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26일에도 367억원을 팔아치웠고 하루 평균 순매도 규모도 최근 2,000~3,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 세종증권 유지상 연구원은 “전기 ㆍ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도 강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그동안 큰 폭으로 사들였던 유통ㆍ식음료 등 내수 관련주에 대해서도 매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을 선도했던 이들 업종에 대해 외국인의매도가 이어진다면 국내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더불어 반도체 D램 가격 하락세, 미국시장 불안 등 최근 증시 주변 여건이 변하고있어 이들의 매도기조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투자전략팀 허재환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어 뉴욕시장의 조정가능성이 상존하고있는 데다 세계 주요국들의 초과 유동성도 감소하고 있다”며 “미국시장이 안정되고, D램가격의 하락세가 주춤하는 시점이 돼야 순매수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등 신흥 시장을 겨냥한 해외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한층 강화되고 있어 일정 기간 조정이 끝나면 외국인의 매수여력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와 퍼시픽 리전 펀드 등 한국시장 관련 4개 펀드의 3월 자금 순유입액은 5억9,100만달러로 1월 3억3,500만달러, 2월 5억6,900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외국인이 당분간 매도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회복과 기업실적, 내부 수급 등 기본변수가 우호적인 만큼 상승흐름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 연구원도 “28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체적인 시장상황은 삼성전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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