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사퇴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는 소식은 황당하다. 우리가 정치인 이인제의 선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결정이 민주당 경선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여러 차례 민주당 경선이 한 정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차원을 넘어 낙후된 한국 정치를 한단계 성숙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정치 실험이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한나라당 내홍 역시 어떤 형태로든 정치 발전을 진전 시키는 쪽으로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 이에 대한 무한 책임은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가 사퇴를 저울질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여러 사안은 일반인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이 후보측이 주장하고 있는 소위 음모론은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고 구체적 증거가 아직 없다. 이 후보 측은 증거가 있으면 지체 없이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김중권 후보의 사퇴를 들었다. 김 후보의 사퇴로 경선의 향배를 가를 영남표가 노무현 후보에게 쏠릴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의 결정을 자신의 거취에 연결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여건이 나빠졌으면 세 불리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
민주당 경선은 16곳 중 이제 겨우 6곳이 끝났고 선거인단의 15 %정도 만이 투표를 했다. 그리고 이인제 후보는 김근태 유종근 한화갑 김중권(사퇴 순)씨 등 네 후보의 사퇴로 유효표의 60.2% 를 얻어 33.6%를 얻은 노무현 후보를 이기고 있다.
이 후보가 앞으로의 경선 일정과 영남표의 향방을 감안, 세가 기울었다고 보고 초조해 하는 것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이럴 때 일수록 의연한 처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후보는 1997년에도 이유야 어떻든 경선 불복의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모처럼 우리 정치수준을 한단계 올리는 정치 실험이라는 점에서 이 후보가 판을 깨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충고다. 민주당 경선은 4월27일의 서울대회까지 가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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