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은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새 로마제국이 새 야만인을 만났다’는 제목으로 특별기고했다. 그는 이 기고에서 “일방주의 외교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힘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문을 요약 소개한다.≫*"신 로마제국 미국이 새 야만인을 만났다"
로마제국 이래 미국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힘이 우월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로마도 결국 멸망했다. 지금 미국이 무적이라는 통념도 일방주의 정책을 편다면 그릇된 것으로 판명날 것이다.
미국의 현실주의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을 잠재적 적으로 간주하고, 다른 사람들은 중국 러시아 인도 3개국 연대를 위협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은 앞으로 6%의 고성장을 유지하더라도 미국이 2% 성장만 한다면 21세기 후반까지 따라올 수 없다. 냉전때 처럼 미국의 적을 찾아다니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
■ 세 종류의 힘
군사적으로 미국은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양면에서 전 세계로 전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미 국방예산 총액은 2위 이하 8개국의 예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제품 생산은 세계 시장의 31%를 점하고 있으며, 시가 기준 총액이 나머지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4개국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문화적으로도 미국은 최대 영화수출국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구 소련 붕괴 후 세계가 일극화했다는 주장은 틀렸다. 국가의 힘은 다차원적이어서 군사력과 같은 단일 요소로 측정할 수 없다. 정보화 시대 국가간 역학관계는 복잡한 3차원 체스 게임과 같은 것이다.
맨 위 체스판은 군사력으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는 일극 체제다. 경제력을 다투는 가운데 체스판은 다극 체제다. 가장 밑의 체스판은 정부의 범위를 벗어난 국제적 상호작용이다. 전자상거래, 테러리스트의 활동 등이 해당한다. 위의 체스판에만 신경을 쓰고 나머지를 소홀히 하면 결국 게임에서 패배하고 만다.
■ 축소하고 수렴하는 세계
미국의 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 모르는 사이 다가오고 있다. 힘을 바탕으로 일방주의에 의존하려는 유혹은 역설적으로 미국을 약하게 한다.
정보화 혁명과 세계화는 지금까지 미국의 힘을 증강해왔지만, 조만간 미국의 비교 우위는 사라질 것이다. 언젠가는 아시아의 사이버 인구와 경제가 미국을 넘어서게 된다. 더욱이 정보화 혁명은 국경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9ㆍ11 테러는 세계에서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가공할 조짐이다. 대량살상행위는 이전에 국가만의 전유물이었다. 테러는 바로 전쟁의 민영화다. 더욱이 세계화는 지리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제 멀리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미국인의 생활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혼자가는 위험
나도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만큼 군사적 안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산소와 같은 것이어서 사라지면 다른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미국 단독으로 목적을 성취할 수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가령 미국의 삶의 수준을 지키기 위해 긴요한 국제금융시스템은 다른 나라의 협력 없이 유지될 수 없다.
또 테러와 마약은 국경을 마음대로 투과하고 있다. 설사 해외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분쟁 개입을 자제하는 고립주의 외교를 택해도 미국은 여전히 취약하다. 미국 대중문화의 확산을 정부가 막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은 미국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증오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실 다자주의 노선은 자칫 걸리버가 난쟁이 나라에서 묶인 것처럼 미국이 소국들에게 발목이 잡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도 미국은 세계적 이익을 감안한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
로마제국은 다른 제국에 굴복하지 않았고, 내부의 부패와 잡다한 야만인의 침입으로 멸망했다. 정보 민주화에 따른 기술 전파 등은 단체나 개인에게 대량 살상의 힘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역설은 로마제국 이래 가장 힘이 센 나라가 혼자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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