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춤보다 노래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10대 소녀들을 겨냥한 보이 밴드에게 노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예쁘장한 외모와 화려한 춤 솜씨가 필수였다. 최근 그것이 바뀌고 있다. 노래, 그것도 라이브를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것은 5인조 보이 밴드 5tion(오션)의 성공.
극심한 불황으로 웬만한 신인들은 이름 알리기도 힘들다는 요즘이지만, 데뷔곡인 ‘모어 댄 워즈’ (작사 정진환 작사, 작곡 김석찬)가 음반판매 및 방송 순위 프로그램 등 각종 차트에서 15위 이내에 올라 있다.
소속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매한 음반은 8만장.
5tion은 겉보기에는 춤추는 보이 밴드와 다를 바 없다. 키 크고 잘 생겼다.
다섯 명 중 세 명이 모델과 연기자 출신이다. 그리고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큰 형인 오병진(26)은 리더, 교포 출신인 황성환(25)은 순진남이고, 손일권(24)은 마당발이다.
이현(22)은 테리우스, 막내 이태경(20)은 귀염둥이다. 자유분방한 느낌에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다.
이들은 기획사의 눈에 띄어 팀을 이루었고 몇 개월에 걸친 트레이닝과 컨셉트 회의를 거쳐 데뷔했다.
하지만 5tion은 춤을 추지 않는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 앉아서 한다. 리듬에 맞춰 몸을 약간 흔드는 정도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줄곧 라이브를 했다. 노래는 다섯 사람 모두 한다.
솔로 데뷔를 준비 중이었던 이현과 딥의 보컬 출신인 황성환 두 메인 보컬 외에 세 사람도 코러스와 랩을 한다.
노래도 댄스 아니면 발라드였던 예전 보이 밴드와 다르다.
‘모어 댄 워즈’는 세련된 미디엄 템포 R&B. 브라운 아이즈가 첫 선을 보여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스타일이다.
5tion은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신인 댄스 그룹은 1만장도 안 나간다”고 할 정도로 댄스 뮤직이 퇴조하고 가창력을 앞세운 20대 취향의 음악, 그 중에서도 R&B가 각광받는 전반적인 흐름과 관련이 깊다.
5tion을 발굴한 신나라 뮤직 신영복 이사는 “그림도 되고 라이브로 직접 대중을 만나는 브라운 아이즈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10대들에게도 노래를 잘하고 나서 예쁜 척 해야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동시에 음반시장의 주도세력이 된 20대 이상에게 어필하려면 최신 R&B를 잘해야 한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덕분에 5tion은 춤추는 보이 밴드와는 달리 40대까지도 좋아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5tion 외에 4U(포 유), Vibe(바이브), 7 Dayz (세븐 데이즈) 등 간발의 차이로 뒤늦게 데뷔한 신인들도 놀랄만큼 흡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노래하는 보이 밴드, 나아가 모든 곡을 직접 만드는 뮤지션 수준의 보이 밴드가 앞으로 주된 흐름을 이룰 것”이라는 가요계의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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