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겐 아예 신용카드 발급을 하지 않겠다!"금융기관들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화답하고 있다.국민·조흥은행과 국민카드에 이어 이번 주엔 비씨카드 소속 회원 은행들이 모두 '청소년 카드발급 중단선언'에 동참할 분위기다.
카드사의 과열경쟁이 늘 걱정인 정부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자제하라"고 했더니,"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한 술 더 뜨는 형국이니 금융당국과 업계의 동조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한데 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을 정반대인 것 같다.금융감독원은 카드남발이 문제가 되자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 발급된 카드의 경우 본인이나 부모가 취소를 요구하면 카드 사용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새 카드발급기준을 마련,4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기준에 따르자면 미성년자가 가짜 부모 동의서로 카드를 발급받아 흥청망청 돈을 쓴 뒤 나중에 부모가 '취소권'을 행사하면그 피해를 고스란히 카드사가 떠안아야 한다.불순한 의도에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은 것이다.그래서 '괜히 덤터기를 쓰느니 화근을 아예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대한 카드발급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나선 진짜 이유다.
신용불량자 양산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점에서 '취소권'(카드사용대금 사면)'은 그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돼 온 정부의 신요불량자 사면 조치와 정책적 발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잦은 신용사면이 전과기록을 말소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구멍을 뚫어놓은 더 큰 후유증을 남긴 것처럼 '취소권'역시 그 자체의 역기능 때무에 금융시스템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특히 카드사용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게 된 만 18~19세 직장인들의 기본권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변형섭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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