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가슴이, 가슴이….” 하니(김지혜)는 달리기를 하느라 숨이 찬 듯 가슴을 움켜쥔다. 그리고 덧붙인다.“고속도로예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쩌면 이렇게 걸리는 것 없이 뻗어있는지.” 예상을 뒤엎는 반전에 일단 웃음을 터뜨리고 보지만 씁쓸하다.
24일 KBS2TV ‘개그콘서트’(일요일 밤8시50분)의 ‘봉숭아학당’ 코너. 성희롱적 개그가 터져나온다.
김지혜는 매회 책받침, 고속도로 등에 비유하며 스스로 자신의 빈약한 가슴을 미끼로 웃음을 끌어낸다.
곧이어 등장한 바보 맹구(심현섭)는 가슴에 팬더곰을 그려놓고 젖꼭지는 누르지 말라고 한다.
“여기 만지면 눈이 충혈된단 말이에요.” 김대희는 담임교사 김미화의 치마에 집게를 꽂으려다 “선생님 엉덩이가 어찌나 튼튼한지 부러졌어요”라고 말한다.
태생적으로 성을 소재로 할 수 밖에 없는 여장남자 황마담(황승환)의 개그 소재도 언제나 자신의 신체이다.
굴곡있는 목젖과 술배를 강조하고, 여장을 하느라 털을 깎는다는 둥 몸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봉숭아 학당’의 성희롱적 개그는 신체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다. 신체에 대한 집착은 개인기에 치중하다보니 생긴 결과다.
‘봉숭아학당’은 사실상 개그콘서트 출연진의 개인기가 나열되는 코너이다.
바보 맹구, 연변총각, 여장남자 황마담, 시골이장, 하니 등 각자 설정한 캐릭터를 통해서 자기자신에 대한 코미디를 하고 있는 셈이다.
보여주고 개발할 수 있는 개인기는 한정돼있고, 이제는 실제 자신의 약점 또는 자신이 연출하는 캐릭터의 약점을 희화화하는 것으로 개인기를 포장하고 있는 것 같다.
하니, 맹구, 황마담 모두 스스로를 유머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무대 위의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자기들끼리는 즐거운 듯 하다. 그렇게 직접적인 성희롱의 위험을 피해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을 지켜보는 이들은 웃으면서도 안쓰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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