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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럽 명차 소비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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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럽 명차 소비붐

입력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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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한국은 마이카 시대가 아니었다. 자동차는 바로 상류층을 의미했다.20년 뒤에 1,000만대의 자동차가 도시와 농촌을 가득히 누비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그 때 미국에 이민간 사람들이 가장 새롭게 맛보는 즐거움이 운전면허를 받고 자가용을 운전하는 것이었다.

물론 중고차로 지금 우리 국산 중고차에 근접하지 못하는 성능이었지만 그래도 이름으로만 듣던 포드나 GM 승용차를 타는 기분은 이만저만한 감격이 아니었다.

■ 그러나 미국생활이 깊어지며 교포들의 자동차에 대한 꿈은 계속 바뀌었다.

중고에서 새차로, 다시 나아가 큰 차를 사고 싶어했다. 미국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보면서 자동차에 대한 욕구도 바뀌었다.

바로 유럽 명차에 대한 동경이었다. 당시 미국 히피 세대 젊은이들이 고소득 전문직으로 성장하면서 유행하는 소비풍조가 바로 유럽차였다.

벤츠나 BMW가 그 꼭대기지만 그럴 여유가 안되면 볼보나 아우디를 할부로라도 사고 싶어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식당에 가면 주차장에 볼보가 유난히 많았다.

■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외제차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1억5,000원이 넘는 BMW 745 Li가 며칠 새 220대가 예약되고, 독촉이 성화같아 수입회사가 비행기로 독일서 실어온다는 것이다.

올해 600대를 예상했던 수입물량을 1,000대로 늘려 잡았다고 한다. 2억원 내외 가격대인 고급 스포츠카 포르쉐도 없어 못 팔 지경이다.

3년 전 2,400대 팔리던 외제차 수요가 올해 1만2,000대이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유럽차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 담배수입이 자유화됐을 때 외제담배 시장점유율이 2~3%로 별 걱정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20%에 이르렀다.

명품과 유행에 유독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제 자동차 소비에서 어떤 기록을 깰지 모른다.

우리나라가 공업국가로 세계의 인정을 받은 전환점은 현대차의 미국 수출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동차를 앞지르는 부가가치를 가진 한국의 명품들이 속속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유럽 명품은 국가의 좀이 될 것이다.

시장은 세계가 하나로 됐지만 경제의 국경은 아직 견고하다.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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