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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국의 황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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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국의 황사 딜레마

입력
2002.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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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21일 베이징(北京)에선 종일 해를 볼 수가 없었고 바로 앞의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흙탕물 급류에 휩쓸린 듯한 기분이 들었고 숨이 턱턱 막혔다.

다음날 중국 언론들은 ‘사천바오(沙塵暴ㆍ모래폭풍)’가 대륙을 덮었다고 비명을 질렀다.

내몽골 신문들은 들판의 양들이 검은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쓴 사진을 게재하며 경악했다.

중국의 서북부 고비, 타클라마칸 사막, 황허(黃河) 상류 지대에서 황사가 날아온 것은 무척 오래 전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경제성장만큼이나 급속히 대륙이 사막화하면서 황사는 심장부인 베이징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베이징 교외 대부분 저수지는 몇 년째 여름에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시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40여㎞ 밖에 떨어지지 않은 순이(順義)현 하천변에는 나무를 심어야 할 요즈음 벌목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지하수 표고가 평균 11㎙까지 내려가 나무들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한다.

황사를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던 중국 당국도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국력을 기울여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 공사에서 최우선 순위로 환경을 꼽고 있다.

여전히 황사는 동춘(冬春)기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황사 올림픽’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멀리 미국 플로리다와 쿠바까지 미치는 피해국가들의 눈총이 고민스럽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공들여 건설한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반도체 공장들도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한번에 3만톤씩 불어닥치는 저 황사 바람을 언제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모래 사이로 뿌옇게 보이는 고층 빌딩과 턱턱 숨이 막히는 공기가 선진 대국의 문턱을 넘어서는 중국의 어려움을 말해 주고 있다.

송대수 북경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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