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F조에 속한 스웨덴과 나이지리아는 16강은 물론 정상권 접근도 가능한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축구종주국 잉글랜드와 남미 강호 아르헨티나의 그늘에 가리워져 약체처럼 비치는 면이 있지만 언제든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토를 다는 전문가는 드물다.한일월드컵 조 예선 2차전(6월7일ㆍ일본 고베)은 강한 수비를 자랑하는 스웨덴과 날카로운 공격을 앞세운 아프리카축구의 맹주 나이지리아의 불꽃 튀는 명승부가 기대된다.
그러나 팀 컬러와 달리 스웨덴의 골잡이 헨릭 라르손(30ㆍ글래스코 셀틱)과 나이지리아의 수비형 미드필더 선데이 올리세(27ㆍ도르트문트)의 활약에 따라 양팀의 명암이 갈릴 공산이 크다.
스트라이커와 최전방 공격수를 번갈아 맡는 라르손은 표범이 나무 위에서 몸을 날려 먹이 감을 낚아채는 모습을 연상시킬 만큼 날렵하다. 테크닉 스피드 파워 등 골잡이의 세 박자를 고루 갖춘 그는 2001 스코틀랜드 정규리그에서 35골을 터뜨려 유럽축구연맹이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슈를 수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스코틀랜드의 축구수준이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대기록을 폄하하자 권위를 자랑하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즉각 “라르손은 작은 연못에 사는 큰 물고기”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펠레마저 라르손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되는 독특한 테크닉을 지니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월드컵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1994년 미국대회에서 교체선수에 머물렀던 그는 98년 프랑스대회 때는 스웨덴이 예선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현재 라르손은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던 치렁치렁한 머리를 면도칼로 밀어내는 결의를 보이며 대회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중원을 장악, 유럽 빅리그에 퍼져 있는 검은 진주들을 한데 묶어주는 올리세의 볼배급 능력과 위협적인 슈팅은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도 손꼽힌다. ‘검은 표범’ 은완코 카누(25ㆍ아스날) 등 스트라이커들의 골사냥도 그의 부지런한 발과 날카로운 패스에서 시작된다.
천부적 탄력을 갖춘데다 드리블할 때면 마치 볼을 발에 달고 달리는 것처럼 발재간이 탁월한 그는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절묘하게 끊는가 하면 번개같이 전방으로 뛰쳐나가 대포알 슈팅을 날리기도 한다.
99년 5월 암스테르담에서 유벤투스, 2000년 6월 다시 도르트문트로 이적할 때마다 AS 로마 등 명문구단이 영입 작전을 펼칠 만큼 유럽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리세는 프랑스대회 당시 팀의 16강 진출을 이끈 뒤 “우리 팀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만큼 더 이상 조국 나이지리아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고 떠버릴 만큼 입심도 만만치 않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