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6시께 춘천 호반체육관. 김영배(金令培) 선관위원장이 불과 7표 차이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눌렀다는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발표하자 장내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스탠드 오른쪽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300여명의 ‘노사모(노 후보 지지 모임)’회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대통령 노무현”을 외치며 열광했다.
반면 선거인단석 곳곳에 흩어져 있던 이 후보 지지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채 노 후보 바람을 실감했다.
두 후보의 표정도 기쁨과 아쉬움으로 엇갈렸다. 노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실에서 시종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지만 이 후보는 걸어가면서 기자들과 문답을 나눈 뒤 행사장을 나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인 김은숙(金銀淑)씨를 만나 포옹하며 위로했다.
김씨는 경선 결과가 못내 아쉬운 듯 눈물을 터뜨렸다.
이 후보측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기자실을 찾아 와 “7표 차이는 사실상 무승부”라며 “노 후보의 돌풍이 잠재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노 후보측은 “투표율이 67%로 워낙 낮아 이 후보의 조직이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선거인단이 현명한 선택을 해 줬다”며 안도했다.
이날도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한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곧장 퇴장했다.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기자실을 찾아 “승리지상주의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며 사퇴 가능성을 거듭 일축했다.
이에 앞선 합동유세에서 이인제, 노무현 두 후보는 정계개편을 둘러싼 음모론 등을 놓고 나흘째 공방을 계속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정계개편론만 비난했을 뿐 음모론은 거론하지 않아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전날 충남 경선 합동유세와 기자회견, TV 토론 등을 통해 ‘청와대 실세 압력설’을 제기하며 음모론 확산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먼저 연단에 오른 노 후보는 “한나라당이 제기해도 시원찮을 음모론을 우리 당 후보가 들고 나오는데 왜 자살골을 넣으려고 하느냐”며 “(이 후보가) 딴 생각이 있는 모양인데 국민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후보의 경선 불복 전력을 연결시켜 비판했다.
그는 또 “내가 작년 10월부터 정계개편론을 얘기했는데 왜 지금 생트집을 잡는지 모르겠다”고 공박했다.
이 후보는 “정계개편 주장은 소생하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 노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돌풍은 백해무익하며, 어떤 돌풍도 태백산맥을 넘었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며 ‘노풍(盧風)’을 깎아내렸다.
춘천=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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