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한국문화사' 시리즈 '수원 화성'등 첫 3권 나와우리 옛 문화가 너무 홀대 받는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무관심만 탓할 일이 아니다.우리 것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내력을 모르고서는 소중함을 느끼기 어려운 법이다.깊이 있으되 쉽게 읽히는 전통문화 교양서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도서출판 돌베개가 자그마치 100권에 달하는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를 기획했다.첫 걸음으로 선보인 '백자''궁중문화''수원화성'세 권은 내용과 만듦새 모우 우리 문화 길라잡이로 손색이 없다.
'백자'(방병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지음)는 조선 백자의 모든 것을 담았다."하나의 자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라의 만사가 모두 이를 닮는다"는 북학파 박제가의 말을 빌어 조선 백자를 탄생,발전시킨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데 역점을 뒀다.절제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백자는 사치와 향락을멀리 한 조선 초 사대부 문화의 결정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조선 백자 고유의 아름다움,모양과 문양의 시대별 변천사,제작 기법,도자기를 매개로 한 조선 중국 일본의 외교사 등도 두루 소개한다.
'궁중 문화'(신명호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지음)는 일제치하를 거치며 상당부분 왜곡,폄하됐던 조선 왕실 문화의 참모습을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당시의 국정운영 방식과 궁중 의례 등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을 왕의 하루 일과,폐비된 비운의 왕비들,왕세자의 애환,궁중의 독특한 풍습과 놀이 등 흥미진진한 소품들을 곁들여 재미있게 풀어썼다.저자는 조선 왕조의 내림 병으로 정조의 죽음을 부른 종기가 실은 절대 권력자로서 몸을 함부로 할 수 없어 가까운 거리도 가마를 타고 이동한 탓에 운동 부족에서 생긴 '직업병'이라고 진단한다.영조가 1733년 가혹한 형벌인 단근질을 영구 폐지한 것도 바로 잦은 종기와 뜸질을 거듭하면서 단근질의 고통을 연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원 화성'(김동욱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 지음)은 성곽의 과학적 축성 기법을 주로 소개한 기존 책들과 달리 성곽 도시로서의 면모에 포커스를 뒀다.저자는 신도시 화성이 탄생한 배경을 부친 사도세자의 묘를 명당인 옛 수원으로 옮기기 위한 정조의 개인적 욕심보다는 이 곳을 삼남의 교통중심지로 개발하려 했던 정조의 야심으로 설명한다.당시 옛 수원에서 강제 이주당한 주민들에게 '초가 3칸인 한량 이익상은 6냥,초가 4칸에 살던 궁수 이복들은 5냥'(일성록)식으로 보상비와 이주비가 지급됐다고 소개한다.다양한 기계장비를 동원한 당대 최고의 건축술도 상세한 도면과 함께 볼 수 이싸.
책은 각 면마다 용어해설 코너를 두고 화젯거리는 별도 상자에 넣어 본문에서 생기는 궁금증을 풀어가며 읽도록 되어 있다.권마다 200~300장에 달하는 사진·그림이 실렸는데 부록에는 그 색인과 읽어볼 만한 다른 책도 소개해다.읽는 책이자 보는 책으로 한국문화가 한 권에 담긴다.
이 세권의 뒤를이어 '고려청자''분청자''전통문양''고인돌'등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돌베개는 한 해에 10여권씩 내 10년 안에 100권을 완간한다는 계획이다.다소 무모한 투자로도 보이지만 김혜형 편집장은 "대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우리 문화알기 바람이 더 성숙해졌다.독자들을 믿는다"고 말해다.각 권 1만8,000원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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