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5년만의 창작집 '꽃철에 보내는 팩스' 펴내소설가 김지원(60)씨가 ‘꽃철에 보내는 팩스’(작가정신 발행)를 냈다. 5년 만의 창작집이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팩스로 원고를 보낸다. 여덟 편의 소설은 제목 그대로 꽃이 피는 봄에 보내온 팩스를 묶은 것이다.
김씨는 30년 전 한국을 떠났다. 좁은 땅에서 부대끼면서 사는 사람들은 대개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을 쓰게 마련이다. 넓고 큰 땅에서 살면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 골몰한다.
한국 땅에서 많은 작가들이 분주하게 사랑을 육화(肉化)할 무렵 그는 사랑을 관념화하는 데 빠져든다.
‘등 뒤의 세상’ ‘꿈 안으로 깨는 꿈’ ‘바람결 머릿결’은 3부작 연작소설로 연극인 ‘男(남)’과 고아 여자 ‘女(여)’가 천천히 각자의 이름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친구가 있는 초상화’와 ‘스승이 있는 초상화’, ‘꽃철에 보내는 팩스’ 등 또 다른 3부작 연작은 송자라는 여자가 일상을 벗어나 근원적인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김씨는 건조한 생활감각을 추상적인 사랑의 습기로 덮으려 한다. 일상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환상적인 세계를 세운다.
작가는 모성이 사랑과 생명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어머니를 찾아 삼만리’는 김씨의 오랜 탐구가 하나의 결실을 맺은 작품이다.
1900년 유럽에서 시작되어 2002년 한국에서 끝나는 이야기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어머니의 이름을 동그랗게 비워놓고 그 자리를 채워가는 7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어머니의 자궁이 존재의 기원이 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현실에서 발을 뗀 이 소설에서 작가의 문체는 더욱 섬세하고 평온해진다. 작가는 모성에서 구원과 안식을 만난 것 같다. 그는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올해 9월 영구 귀국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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