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은 22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상징하는 서울 상암 월드컵 주경기장을 함께 방문,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세계에 약속했다.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3시30분 주경기장을 찾아 한일 양국 응원단 ‘붉은 악마’ ‘울트라 니폰’의 유니폼을 입은 두 나라 어린이 2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정상들은 시설을 둘러보면서 이번 대회가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기록되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축구공에 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서명을 한 정상들은 양국 응원단 및 어린이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정상들은 돈독한 우정을 바탕으로 대북 문제 등에 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단독정상회담은 예상보다 25분 초과돼 1시간5분 동안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회담 내내 미래를 함께 하는 ‘친구’로 고이즈미 총리를 대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김 대통령을 존경의 대상으로 예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공동 기자 회견장에서 정상들이 동시 입ㆍ퇴장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김대통령의 뒤를 따라 입ㆍ퇴장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김 대통령의 일생은 소설보다 기이하다”며 “김 대통령은 역사에 오래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과거사 갈등을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 국민에게 겸허한 마음을 전하려는 의도로 비쳐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5시부터 하얏트 호텔에서 한일 국민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리셉션을 개최, 한국 각계 인사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 행사에선 양국 어린이 합창단과 인기 가수들이 월드컵 테마송을 합창했다. 이어 저녁에 청와대에서 진행된 김 대통령 주최 공식 만찬이 2시간30분 동안 열렸다.만찬에는 한일 친선대사인 영화 '쉬리'의 주연 여배우인 김윤진씨와 후지와라 노리카씨도 참석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민족은 불행하지만,과거 때문에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민족도 역시 불행하다"고 말했다.고이즈미 총리는 "김 대통령의 좌우명이 행동하는 양심이라 들었다"면서 "인품에 감동받았다"고 겸야의 자세를 계속 취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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