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하늘이 온통 뽀얗다. 중국대륙에서 불어오는 ‘누런 먼지바람’(황사ㆍ黃沙)이 마치 한반도를 삼킬 듯한 기세다.황사의 ‘역사’는 꽤 길다. 삼국시대에도 흑비와 붉은 색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과학적인 측정을 통해서는 1961년 처음 관측됐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그 농도(오염물질)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남한은 물론 북한 사람들의 건강에 해악을 미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상사’된 황사
1998년과 99년의 황사 발생 횟수는 3회. 그 이전에도 3~4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에는 6회(10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7회(27일)로 껑충 뛰었다.
더욱이 지난 71년 이후 서울의 황사발생 총 169일중 62%인 105일이 지난 11년간(1991~2001년)동안 발생, 90년대 이후 황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황사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기상재해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 ‘봄철황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계절을 가리지 않는 점도 최근의 특징이다. 1961년 관측이래 1991년까지의 겨울철 황사는 4차례. 1999년부터 올해 1월까지는 이미 5회가 관측돼 ‘겨울황사’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됐다.
황사는 올해가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시정거리 1~3km의 극심한 황사현상을 보인 21일 “중국내륙 지방의 만성적인 가뭄과 고온건조 상태가 계속돼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황사현상 발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요 황사발생지중 하나인 중국 베이징(北京) 북쪽 내몽골 고원이 최근 3~4년간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이 지역 황사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반도에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황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미 이 지역 황사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지역 가뭄은 지난해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황사의 폐해
황사의 부작용은 단지 시야를 가리고 호흡에 불쾌감을 주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황사가 실어 나르는 중금속은 한반도의 대기오염을 가중시켜 생태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카드뮴 크롬 철 니켈 등 중금속의 오염도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가 가져온 대기 환경오염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 미 항공우주국(NASA)는 중국 동부지역에서 공장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발생한 미세한 먼지가 황사바람을 타고 한반도와 일본 큐슈(九州)지방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NASA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공적인 대기 오염이 심한 곳으로 인도 북부와 중국 동부지역 등 2군데를 꼽고, 이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황사가 구체적으로 한반도 생태와 인간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선 아직 전문적인 연구결과는 없다.
최근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에서 지난 10여년간 식생(식물군 전체)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황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상청 원격탐사 연구실과 공주대 대기학과는 미국 극궤도 기상위성(NOAA)의 자료사진(MODIS) 20년치(1982~2001년)를 분석, 아시아 전체의 식생이 82년 이후에는 증가하다 91년 이후에는 대도시 주변을 중심으로 매년 평균 0.29%씩 줄어들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한반도에 90년대 들어 황사현상이 집중된 사실과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암 유발 가능성
그러나 일부에선 황사가 기후온난화를 방지하고 연 10~50톤의 석회를 한반도에 가져다 줘 산성비와 하천의 산성화를 막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황사가 대기중의 미세먼지를 증가시켜 폐조직을 손상시키고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흡기질환 외에도 철 망간 카드뮴 등 중금속들은 자극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안구건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충남 한서대 환경공학과 여환구(呂煥九)교수팀은 ‘황사현상에 포함된 입자상 물질과 균주의 형태’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퓨사리움’ ‘아스퍼질러스’ ‘페니실륨’ 등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곰팡이가 보통 대기중보다 황사에서 100배 많이 발견됐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산업의학과 김일용(金壹龍)교수는 “황사속의 중금속이 자극성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기관지가 약한 어린아이들과 담배 등으로 만성 폐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황사가 최근 10여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해 아직 다양한 연구들이 축적되지 못했다”며 “주요한 기상재해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韓中日 황사 줄이기 국제공조
’황사를 줄여라.’ 사실 황사는 사막화라는 자연현상에 기인하고 있어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황사의 발생 규모를 줄이기 위한 각종 사업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더욱이 황사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국내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공동의 피해자’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황사발생을 줄이기 위해 당사자인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국제적인 협력이 증진되고 있다.
황사를 ‘자연생태적 변화’라며 국제적 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은 근래 자세를 바꿔 황사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0년 5월 베이징 북쪽의 가뭄지역을 시찰한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모래를 다스려 사막화를 막고 푸른장벽을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를 세워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4월엔 양쯔강 중류의 물을 베이징을 포함한 북부지역으로 끌어올리는 ‘난수이베이댜오(南水北調)사업’을 통해 황사를 현재의 25%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번달 초 “황사를 관측하고 조기예보하는 장치를 설치해 연 2억4,500만위안(392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줄일 것”이라며 예보를 통한 피해절감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한·중·일간 국제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열린 환경장관회의에서 황사문제해결을 위해 ‘중국 서부 생태복원 50개년 사업’에 공동협력키로 합의했다.
3국은 이를 통해 3년간 190억 달러를 투자해 원격탐사를 통한 생태모니터링, 교육 훈련 등 전문가 능력배양사업, 황사발생메커니즘 분석 및 제어방안 연구 등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유엔환경계획(UNEP)는 지구환경금융(GEP)를 통해 중국의 황사해결에 재정지원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한ž중정상회담에서 5년간 500만불을 지원, 중국의 반사막화 방풍림 조림사업을 지원키로 했으며 올해말부터 실질적인 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환경부 국제협력과 관계자는 “상호노력을 통해 황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중국이 지속적으로 해결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길이 최선”이라며 “예보기술 개발을 통해 황사피해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서울 면적의 4배 中해마다 사막화
황사는 주로 중국 북부 신장(新疆) 타클라마칸 사막과 몽골고원, 황허(黃河)강 상류의 알리산 사막 등에서 발생한다.
이 지역의 모래와 진흙이 모래폭풍과 같은 바람이나 상승기류를 타고 3,000~5,000m 상공까지 올라간 뒤 편서풍을 타고 동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는 것이다.
황사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발원지의 사막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은 현재 전국토의 27.3%가 사막이며 해마다 서울 넓이의 4배가 넘는 2,460㎢씩 사막이 늘어나고 있다.
사막화는 극심한 가뭄과 장기간의 건조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과도한 관개나 산림벌채, 환경오염 등 ‘인위적 원인’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구정책연구소(EPI)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지난해 한 환경세미나에서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북서부 지역의 사막화 원인을 과잉목축과 경작, 벌채 등을 꼽았다.
브라운 소장은 “미국이 소9,800만두, 양과 염소 900만두를 사육하는 데 비해 중국은 무려 소 1억2,700만두, 양과 염소 2억7,900만두를 키우고 있다”며 “남서부 지역의 벌채 등도 물부족 현상을 가져와 중국의 황사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달초 이 지역을 탐사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순웅(朴淳雄) 교수는 답사기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황사 가능성을 이렇게 묘사했다.
“북경 북서쪽으로 150km 떨어진 장지아고(張家口)에 가까워 질수록 황무지의 산들이 나타나고 산야는 먼지로 덮여 있었다. 여기에 공장 굴뚝에서 마구 나오는 노란색 검은색의 연기는 공기중의 부유분진과 결합돼 더욱 시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주요 발원지인 베이징 북부지역인 내몽골 고원의 지속되는 가뭄과 사막화 진전은 우리에게도 큰 우려를 주고 있다.
기상연구소의 전영신(全映信) 박사는 “현주민들이 ‘3~4년 전엔 5,6m를 파면 나오던 지하수가 지금은 20~30m를 파야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이 지역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해발 1,100~1,500m의 이 지역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형성된 황사는 초당 20~30㎙ 속도의 편서풍을 타고 불과 1,000km 떨어진 한반도를 삽시간에 뒤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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