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론 시비에 휘말려 온 대만 최초의 여성 경제장관인 크리스틴 쭝(宗才怡ㆍ53) 경제부장이 입법원 의원들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취임 2개월 만에 사임했다.대륙 출신으로 중화항공 사장에서 경제부장에 발탁됐던 宗 부장은 입법원에서 경제정책에 관한 질의를 받을 때 머뭇거리거나 적절치 못한 답변을 해 입법원 의원들과 언론으로부터 자질론 시비에 휘말려왔다.
미주리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한 宗 부장은 미국에서 30여년 간 생활해 중국 표준어 대신 영어를 자주 사용했다. 또 캘리포니아 소도시의 재정국장을 지낸 것 외에는 공직 경험이 없고 경제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야당 의원들로부터 “영어를 섞어 쓰지 말라” “공무원들이 적어주는 메모만 읽는다” “공부가 부족하다”는 등의 야유를 받고 눈물을 머금은 채 반론을 한 적도 종종 있었다.
宗 부장은 성명을 통해 “그 동안 나는 도처에 깔려있는 정치적 덫을 알지 못한 채 정글 속에 던져진 토끼와도 같은 신세였다”면서 “이제 날 쉬게 내버려 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그는 또 “나에게 있어서 특수한 정치언어와 정치문화는 영원한 장애였다”면서 정치권에 대해 한을 품게 됐다고 술회했다.
宗 부장의 조기 퇴진에는 그의 개인적 결함 외에 지난 해 대만 경제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후퇴를 한 데서 온 행정원에 대한 불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임으로는 베테랑 경제 관료인 린이푸(林義夫) 경제부 차장이 임명됐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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