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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짓말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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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짓말하는 검찰

입력
2002.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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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현(陳承鉉ㆍ구속)씨에 대해 검찰 고위간부의 불구속 수사 내락이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을 보도한 본보 기사(21일자 31면)가 초판에 실린 20일 밤. 검찰 관계자들의 항의전화가 밤 늦도록 빗발쳤다.“박우식씨(진씨 변호사 선임에 관여한 인물ㆍ 구속 후 보석으로 석방)로 부터 그런 진술을 받은 적이 결단코 없다.”

“조서를 아무리 뒤져도 그런 대목은 없고 기억도 없다.” 심지어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검사도 있었다.

검찰의 이런 모습을 접한 기자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번 기사는 본보 취재팀이 박씨 등 사건 관련자를 접촉하고 김은성(구속ㆍ전 국정원2차장)씨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도 눈으로 수차례 확인한 후 작성했기 때문이다.

검사들이 언론사 취재에 대해 “확인해 줄 수는 없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자랑처럼 다짐하던 모습도 주마등 처럼 스쳤다.

그러나 검찰의 태도는 돌변했다. 본보 취재팀이 꿈쩍도 않자 검찰 수사팀은 “그런 진술이 있기는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런 사람(박우식씨)이 말한 것을 어떻게 믿느냐. 참고할 가치가 없다”는 옹색한 변명이 이어졌다.

검찰의 ‘부인-시인-변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일말의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일련의 게이트에서 보인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이중적 태도와 거짓말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 일까.

이달 25일로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가 끝나면 검찰 고위간부의 수사기밀 누출과 아태재단 관련 의혹 등이 검찰의 몫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 다음 부터는 검찰이 숙명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에게 보인 검찰의 모습에서는 민감한 사건들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여전히 찾기 어려웠다.

이젠 별로 시간이 없다. 어쩌면 이번이 검찰에게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

사회부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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