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뿌옇고 숨 쉬기 조차 어려워요….’ 최악의 황사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21일, 시민들은 하루종일 누런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황사 후유증’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결막염, 기관지염 등 황사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발길이 병원마다 이어졌고, 시내 중심가는 노점상 등 상점들이 흙바람을 피해 일찌감치 철시한데다 행인들의 발길마저 크게 줄어 썰렁한 분위기 마저 연출했다. 반면 도시락 배달업체, 세차장 등은 때 아닌 특수를 누려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 병원ㆍ약국 표정
17, 18일에 이어 이날 또다시 자욱한 황사먼지가 들이닥치자 안과와 이비인후과 등에는 “눈이 쓰라리다”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로 종일 만원을 이뤘다.
서울 관악구 L안과에도 평소보다 2배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었고, 강남구 S이비인후과에도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내 약국에도 안약과 마스크, 식염수 등을 사려는 사람들이 평소의 3~4배나 몰려들었다.
중구 저동 Y약국 약사 이진복씨는 “매년 봄 황사가 찾아올 때면 안약과 마스크가 평소보다 20~30% 잘 팔려나가지만 올해는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 고통스런 시내ㆍ학교
서울 명동, 압구정동 등 중심가는 점심시간에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고, 외출하는 사람들도 마스크와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싸맨 채 종종걸음을 쳤다.
평소 노점상들로 붐비던 시장 등에도 노점상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손님들의 발길마저 끊기고 흙바람이 기승을 부리자 일찌감치 철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오전에 등산을 계획했다가 흙바람에 질려 포기했다는 윤모(56)씨는 “이렇게 심한 황사는 처음봤다. 갈수록 환경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초ㆍ중ㆍ고교는 황사가 극심해지자 이날 체육수업 등 실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했고, 강남구의 W유치원은 예정됐던 봄소풍을 취소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B여고 체육교사 김모씨는 “흙바람에 때문에 도저히 운동장 수업을 할 수 없어 일찌감치 실내 수업으로 대체토록 했다”고 전했다.
◈ 반사이익 업체들
반면 중국음식점과 도시락 배달 업체 등에는 바깥출입을 꺼리는 직장인등의 배달 주문이 폭주했다. 또 승용차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려는 운전자들이 몰려들면서 세차장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피부보호 상품들도 ‘황사특수’를 만끽했다.
서울 중구 L백화점은 3월부터 화장품, 선글라스, 모자, 유모차 덮개 등의 매출이 30% 정도 늘어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15% 정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아 올해 황사는 훨씬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황사서 건강 지키려면 "물 많이 마셔야"
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 병원에는 최악의 황사가 계속되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악화하거나 호흡기 질환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
전문가들은 황사피해를 줄이려면 물을 많이 마시고 외출을 삼가는 등의 대처법을 권고하고 있다.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선영(李善寧) 교수는 “황사가 발생하면 흡입되는 먼지의 양이 평소의 3배가 넘고 각종 금속 성분도 2~10배 가량 많아져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이 악화할 수 있다”며 “외출을 삼가는 것이 최선이며 실내를 깨끗이 청소하고 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 철(辛 澈) 교수는 “평소 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으며 창문을 닫고 외출시 마스크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특히 알레르기성 천식환자는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지 수축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기관지 확장제와 소염제를 휴대하는 게 좋다.
특히 어린이들은 감기 외에 홍역, 볼거리, 풍진 등에도 쉽게 걸릴 수 있는 만큼 이들 전염병에 대한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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