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에서 국내파의 자존심을 지켜 내려는 노장들의 투혼이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20일 경기에서는 특히 팀의 최고참 노장들이 완숙한 기량을 앞세워 신세대 스타와 용병들을 압도, 토종의 매운 맛과 노련미를 과시했다.
신태용(32ㆍ성남) 서정원(32ㆍ수원) 김현석(35ㆍ울산) 트리오로 대표되는 이들은 체력과 스피드가 다소 떨어지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꿰뚫는 넓은 시야와 경륜을 바탕으로 적게 뛰면서도 효과높은 경제축구를 구사, 기여도 면에서 오히려 전성기 때보다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 초부터 치아교정 수술 때문에 훈련량이 절대 부족한 신태용은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팀의 연승을 이끌고 있다.
신태용은 샤샤를 집중마크 하느라 생긴 수원 수비진의 빈 틈을 헤집고 선취골을 넣은 데 이어 자로 잰듯한 코너킥으로 어시스트를 추가하는 등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차경복 감독은 “정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연습량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시즌이 진행되면서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원도 팀의 패배(2-3)로 빛이 발했지만 좌우를 뒤흔드는 측면돌파와 빠른 패스연결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전반 28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성남 수비수 김용희의 키를 넘는 롱패스로 단번에 센터 아클 부근의 데니스에게 연결, 첫 동점골을 얻어 낸 장면은 노련함의 극치였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에서 최종 수비수로 변신한 김현석도 수비 스크럼을 절묘하게 피해 가는 20㎙ 코너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통산 최다득점(105) 행진을 이어갔다.
프로축구 최초의 60-60(60골, 60도움)을 노리는 김현석은 득점과 어시스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비수를 자원, 효율적인 볼배분 등을 통해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김희태 명지대 감독은 “이들 노장은 샤샤와 수원의 산드로 등 최고 용병에 비해 기량이 뒤지지 않는다”며 “이들과 용병의 대결은 흥미를 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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