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10회 세계 물의 날 / 21세기는 석유대신 '물' 전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10회 세계 물의 날 / 21세기는 석유대신 '물' 전쟁

입력
2002.03.22 00:00
0 0

‘생명의 근원인 물이 부족하다’20세기가 석유분쟁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물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을 정도로 세계는 극심한 물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유엔에 의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작은 가뭄에도 용수난, 식수난이 벌어질 만큼 물이 귀하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 정부는 이날 기념식과 함께 물사랑 심포지엄, 물 종합전시회, 수자원시설 주변 대청결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수자원 실태를 점검해본다.

▼21세기는 물분쟁시대

국제기관이나 단체들은 한결같이 물부족에 따른 인류의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유엔산하 국제기후변화회의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2001’ 보고서를 통해 “21세기 지구는 고온 가뭄 홍수 등의 이상기후와 인구증가로 극심한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998년말 현재 전 세계 2,500만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물이 없어 숨지는 어린이만도 하루 평균 5,000명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도 201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이 넘는 30억명 이상이 물부족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 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IA는 “대다수 국가들이 수자원의 대부분을 농업생산에 이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물부족은 곡물생산의 감소를 가져와 세계적 식량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20세기 국가간 분쟁의 불씨가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물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일고르바초프 전러시아대통령은 2000년 3월 네달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물포럼 및 각료회의(WWF)에 국제그린크로스 회장 자격으로 참가, “중동국가들이 만일 수자원 분배에 실패할 경우 향후 10~15년내 물전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나일강과 함께 중동의 ‘생명수’인 요르단강을 차지하기위한 국가간 다툼이 3차 중동전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1967년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하자 물부족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

우리나라는 1990년 유엔이 분류한 물부족국가로 전락했다. 그동안 11개의 다목적댐을 비롯한 33개의 광역상수도 등을 건설했지만 아직도 지역적으로 극심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 전국민의 14%인 659만명이 상수도 혜택을 보지 못하고 28개 시ㆍ군이 상습 가뭄에 시달린다.

물부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의 인구증가율을 감안할 때 2011년 남한인구는 5,000만명을 웃돌고 상수도 보급률은 95%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따른 용수수요는 연간 367억톤인데 반해 공급은 347억톤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간 20억톤의 물이 부족한 셈이다. 물부족은 2006년부터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교통부는 2006년부터 연간 4억톤, 2011년부터 연간 11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댐건설과 대체수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댐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러한 전망 자체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공급 위주의 수자원정책보다는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이 국민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루빨리 이러한 대립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정확한 수급전망을 통해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야 할 때다.

김혁기자

hyukk@hk.co.kr

■남북 물싸움 시작?

경기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주민들은 요즘 강바닥이 말랐던 지난해 4월의 악몽을 떠올린다.

평소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던 선곡리 지역 임진강 중상류 본류가 수량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4월20~23일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임진강 본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주민들의 충격은 컸다. 연천군의 식수와 농업용수를 취수하는 선곡양수장이 이곳에 있어 위기의식마저 높아갔다.

다행히 5일만에 상류에서 물이 내려와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북한이 새로 건설한 댐 때문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야 했다.

문제의 댐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북방 임진강 상류에 건설한 '4월5일발전소'의 1, 2호댐. 1999년 착공된 이들 댐이 본격적으로 담수를 하면서 물길이 끊겼던 것.

DMZ 북방 450m 지점에 위치한 1호댐은 저수량 2,000여만톤으로 발전능력은 1,500~2,000kw. 1호댐 상류 17km에 위치한 2호댐의 저수량과 발전능력은 각각 770만톤과 4,000kw이다.

이들 댐은 물이 만수위에 달하면 자연적으로 흘러 넘치게 만든 월류식 댐. 1호댐은 높이 13m에 길이 400m, 2호댐은 높이 11m에 길이 500m 규모로 모두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1호댐의 저수량은 춘천댐 저수량(1억5,000만톤)의 13%에 불과해 남한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전 목적으로만 물을 이용한다면 남한측 중ㆍ하류 수자원 이용에도 영향이 없으나 다른 지역으로 빼돌릴 경우 하류로 내려오는 수량이 줄어들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강 상류 DMZ 이북에 만들어진 금강산댐은 이 같은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북한이 86년 착공해 2001년 완공한 금강산댐의 저수능력은 9억톤에 달한다.

금강산댐의 완공은 남한측 북한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화천댐에 유입되는 수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화천댐 유입 수량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금강산댐 물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이용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계획에는 도수관을 이용해 금강산댐 물을 동해안으로 보내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남한쪽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줄어들고 한강수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북한강의 유입 수량은 연 30억톤으로 팔당댐을 기준으로 한 한강수계 총수량(150억톤)의 20%에 달한다.

남한은 1980년대 말 금강산댐의 군사적 이용(수공ㆍ水攻) 가능성에 대비한다며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 평화의 댐은 현재 1단계 공사만 마친 채 방치된 상태다.

6억톤의 저수능력을 갖고 있지만 방수로를 통해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에 댐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동해안으로 물길을 돌릴 수도 있는 북한 금강산댐은 남북한 '물꼬싸움'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한 수자원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화의 댐도 댐으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보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빗물을 이용합시다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빗물 이용하기가 떠오르고 있다.

UN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막이 없으면서도 모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과 같이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정부가 여름에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리는 강우 특성을 고려,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환경문제 등을 고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궁여지책으로 좌변기 벽돌넣기, 물받아 설거지나 세면하기, 한번 쓴 물 재사용, 화장지로 기름기 먼저 닦기, 양치질 때 물컵 사용하기, 샤워 때 물을 잠그고 비누질하기, 모아서 세탁하기 등 이른바 물을 아끼는 마음의 댐(마인드 댐)을 호소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댐 건설의 필요성을 줄이고 홍수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빗물이용하기가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의 연 총량은 1276억톤, 이중 증발되는 양 등 545억톤을 제외하면 731억톤이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중 400억톤은 모두 하천에서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지하수, 댐 용수, 하천수 등으로 사용되는 양은 331억톤으로 사용률이 2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종합운동장 등 지붕면적이 넓은 시설물의 신ㆍ증축이나 개축때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수도법을 개정했다. 이 법의 적용으로 월드컵 경기장 10곳 중 인천, 대전, 전주, 서귀포 등 4곳에 빗물 이용 시설이 설치됐다.

4곳의 저장량은 모두 합쳐 2,600여톤으로 조경용수나 화장실용수 등 필요량의 4분1 정도를 해결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법 또한 지붕이 넓은 대형 건축물에 한정돼 있어 선진국 수준(40%)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빗물이용하기를 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5월 ‘빗물이용연구회(

http://rainwater.snu.ac.kr

)’를 만들어 빗물이용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한무영(韓武榮) 교수는 “물부족을 해결하기에는 물을 아껴쓰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빗물이용시설 설치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