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승리였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축구대표팀이 20일 핀란드전에서 올들어 8경기만에 첫 승(북중미 골드컵 멕시코전 승부차기 승 제외)을 일궈내 오랜 무승부의 징크스를 털어냈다.한국은 이날 승리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볼 점유율과 주도권 확보, 미드필드 장악과 골 가뭄의 해갈은 희망적 조짐이었다.
선수들의 전술 숙지도도 수준급이었고 좀처럼 적응이 안되던 4백 수비도 모처럼 안정돼 보였다. 경기 전 “더 이상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오늘은 반드시 이기자”는 결의를 한 선수들의 정신력도 좋았다.
그러나 승리에 도취돼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전력과 전술이 완성단계가 아닌 상황에서 칭찬은 인색하게, 비판은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는 강팀이 아니었다
“약한 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국민의 엔돌핀을 돌게 할 수는 있지만 우리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히딩크 감독의 이 같은 말은 핀란드전에 그대로 적용된다.
핀란드는 선수 10명이 18일(현지시간) 스페인에 도착했고 나머지 8명이 경기 전날인 19일 합류해 전력을 다듬을 여유가 없었다.
2주일 이상 한 장소에서 합숙훈련을 해온 한국보다 컨디션이나 팀워크가 나쁠 수밖에 없었다. 리트마넨과 히피아(이상 리버풀) 콜카(파나티나이코스) 등 핵심선수들도 빠졌다.
▼골 결정력은 나아졌나
황선홍 한명에게 모든 걸 기대할 수는 없다. 승리의 주역 황선홍조차도 후반 22분께 윤정환의 그림같은 공간패스를 받아 완벽한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날 터진 황선홍의 2골 외에도 결정적인 찬스가 많았다. 히딩크 감독도 “수비는 안정된 반면 공격진에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김광명 축구협회 기술위원을 비롯, 이날 경기를 지켜본 스페인 기자들은 한국축구의 골 결정력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체력훈련 성과는
히딩크 감독은 “마지막 20분을 봐라. 핀란드는 지쳤고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체력전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핀란드 선수들이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데 반해 한국은 꾸준하게 체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국의 후반 교체멤버가 정규경기 때보다 많은 5명이었다는 점으로 볼 때 선수들의 체력향상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히딩크 감독은 “베르하이옌 체력담당 트레이너의 영입으로 갑작스럽게 한국선수의 체력이 향상된 것이 아니라 지난 해부터 실시한 체력강화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더 두고 볼 일이다.
▼역습 허용
전체적으로 수비조직력은 안정됐지만 한국은 전반전에서만 2,3차례 상대에 차단 당해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상대가 유럽 정상팀이었다면 한국 수비진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골을 허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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