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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박수만큼 좋은 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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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love soccer] 박수만큼 좋은 약은 없다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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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지 못한 게임에 대한 미련과, 패배에 대한 좌절과, 다음 게임에 대한 부담이 왜 없겠는가. 월드컵 본선무대에 대비한 게임이 '무기력한 졸전' 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일개 팬에 불구한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으며 조바심이 나는데 당사자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야 오죽하겠는가.하지만 당장의 결과가 어떻게 구설에 오르던 간에, 스페인의 라망가에서 날아오는 사진 속 선수들의 얼굴은 보기가 좋다. 그들은 활짝 웃고 있다. 오직 단순한 육체로 자신의 삶을 웅변하는 운동선수답게 깨끗하고 천진한 웃음이다.

탁구를 치고, 쇼핑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하루의 짧은 휴가를 즐기는 젊은 그들의 모습을 엿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하고 싸해진다.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향해 격정적으로 공을 몰고 달리는 모습도, 조국과 클럽의 명예를 위해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도 못지않게 감동적이지만, 나는 오히려 자연인으로 일상을 즐기는 그들의 밝은 표정과 웃음에서 더 환한 기쁨을 느낀다.

누군가 우리는 지금껏 냉소와 비난으로 그들을 키웠다고 말했다. 지극한 관심으로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한 순간의 패배에 뜨거운 격려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질책을 퍼부었다.

경기장에 나가보면 열띤 응원으로 힘을 북돋우기보다는 그날 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를 빼버리라고 소리 지르거나, 실수한 선수에게 죽이느니 살리느니 살벌한 고함을 지르는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99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콜롬비아 전에서 무려 3개의 PK를 실축했던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팔레르모를 '진정한 스트라이커로서 스스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계속 PK를 차게 해야 한다고 지지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팬들과 우리는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나는 아이를 기르는 어미로서 종종 느끼고 생각한다. 한 인간이 스스로를 인정하며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애정과 지지다.

그는 때로 실수하고 과오를 저지른다. 사실 부모가 좋은 스승이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작은 실수에 더 화가 난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비난과 냉소보다는 애정과 신뢰가 그를 충실하게 성장시킬 것임에는 자명하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삶의 거센 전장에서 싸워나갈 의지와 용기를 얻는다.

나는 우리 선수들이 더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김별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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