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양국이 공동 개최하는 2002 월드컵에 대해 모두 비교적 높은 관심을 표명했으나 한국의 관심도가 일본보다 높았다. 또 월드컵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월드컵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76.1%, 일본은 54.3%가 그렇다고 답해 ‘월드컵 붐’은 한국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열성적 관심층 역시 한국(30.1%)이 일본(24.3%)보다 많았다. 일본의 경우 관심이 없다(45.0%)는 응답도 절반가까이나 됐고 한국은 23.9%에 불과했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좋아질 것이다(48.8%)는 응답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46.8%) 보다 조금 많았다.
일본도 좋아질 것(50.8%)이란 응답이 변하지 않을 것(42.3%)보다 10%가까이 높아 양국 관계에 대한 월드컵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한국과 일본이 각각 3.8%, 2.0%에 그쳤다.
초미의 관심사인 본선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한국은 일본만 진출할 것(40.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한국ㆍ일본 모두 진출(26.3%), 모두 탈락(17.5%), 한국만 진출(12.4%)순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만 놓고 보면 불가능하다는 답변(57.6%)이 절반을 넘었고, 가능하다는 답변은 38.7%에 불과했다.
일본은 모두 탈락(29.6%), 모두 진출(28.0%), 일본만 진출(16.1%)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44.1%)을 불가능(34.7%)보다 높게 보았다.
월드컵에서 기대하는 것을 중복 응답을 받은 결과 한국은 축구 경기 이외의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고 일본은 경기 자체에만 관심을 보였다.
한국은 경제적 효과(59.4%)를 한국팀의 성적(49.2%)과 한국 축구수준 향상(44.2%)보다 더 높게 보았고, 한국의 위상 알리기(47.3%)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플레이(24.5%), 양국 국민의 상호이해(16.2%), 외국인 팬과의 교류(11.3%)는 기대에 못미쳤다.
일본은 일본팀의 성적(38.1%), 최고 수준의 플레이(22.8%), 일본 축구수준 향상(22.1%),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20.9%), 경제적 효과(20.4%) 순이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北·中에 대한 시각차 커져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인은 여전히 엄해 ‘대단히’와 ‘다소’를 합친 ‘나쁘다’가 67%에 이르고 있다. 일본은 이런 부정적 시각이 44%이다.
한일 양국간의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서도 한국의 경우는 ‘신뢰할 수 있다’가 24%인 데 비해 일본은 55%로 상당히 높다.
1996년 조사에서는 신뢰도의 경우 한국쪽은 겨우 17%였으나 일본은 41%였다. 96년에는 이른바 군대위안부 문제가 있었고 이번에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있었다. 그런 대립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민의 관계는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중국과 북한에 대한 시각에서 상당한 차이가 드러난 것은 흥미롭다.
한국은 앞으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 나아가야 할 파트너로서 단연 중국을 꼽았으나 일본의 경우에는 역시 미국이 으뜸이다. 한국에서는 그 다음으로 미국과 일본의 순이었고 일본에서는 중국과 한국 순이었다.
더욱이 일본은 중국의 경제 발전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 영향이 크리라고 보는 시각(36%)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29%)을 웃돌았다.
한국인의 관심과 기대가 서서히 일본이나 미국보다 중국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북한에 대해 식량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8%, 남북 통일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62%나 됐다.
이는 한반도의 남북문제에 대해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한국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근거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명관(池明觀) 한림대학 일본학연구소장
■학벌중시 日이 덜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68.4%가 그렇다고 답해 불만족스럽다(31.3%)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경제수준이 높지만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한국보다 낮은 64.3%였고, 불만족 응답도 35.0%나 됐다.
이는 IMF 이후 되살아나는 한국 경제 상황과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의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혼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한국은 응답자의 대다수인 82.6%가 ‘여성이 결혼하더라도 사회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17.2%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본은 결혼후 사회생활에 대한 찬(76.5%), 반(20.8%)비율의 폭이 좁아 한국에 비해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났다.
반면 연로한 부모님 모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긍정적이었다. 한국은 ‘부모의 노후는 자식들이 보살펴야 한다’(74.9%)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25.0%)보다 3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일본은 63.0%와 34.8%였다.
학벌 중시 여부에 대해 한일 양국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드러냈다, 한국은 ‘고학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69.0%)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30.8%)보다 2배 이상 많았으나 일본은 정반대였다. 일본은 고학력 중시(40.5%)가 그렇지 않다(58.8%)보다 상당히 낮았다.
■대중문화 관심사
이번 조사에서 상대국 대중문화에 대한 양국의 관심은 기대보다 높지 않지만 일본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은 애니메이션ㆍ영화ㆍ게임 산업에서 파생된 첨단문화가, 한국은 요리와 같은 전통문화가 상대국에서 호응을 받고 있었다.
상대국의 대중문화 중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37.8%가 모르겠다/무응답을 택했고, 일본도 44.4%에 이르렀다.
한국은 일본의 대중문화 가운데 애니메이션(29.9%), 영화(18.4%), TV게임(11.6%) 등 첨단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은 한국요리(42.5%)에 압도적인 관심을 표명했을 뿐, 영화(15.5%)를 제외하면 유행가/음악(6.7%) 패션(3.5%) 등 대부분의 문화 장르에 대한 관심이 7%에도 못미쳤다.
상대국 문화에 관심을 표명한 연령대는 그나마 20대가 가장 높았다. 한국은 20대의 14.9%가 모르겠다/무응답을 택했고(30대 30.3%, 50대 51.1%), 일본은 33.0%(30대 35.4%, 50대 47.6%)였다.
특히 일본문화에 관심을 가진 한국의 20대의 과반수인 52.5%가 일본 애니메이션/만화에 흥미가 있다고 답했다.
영화(28.9%), 패션(25.2%) TV게임(23.6%), 유행가/음악(22.3%)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다. 일본의 20대는 47.1%가 한국요리에 관심을 보였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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