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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이 녹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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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이 녹고있다

입력
2002.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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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2,000년 전에 형성된 남극 대륙의 거대 빙붕(氷棚)이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이 달 초 붕괴됐다.다행히 해수면 상승 등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빙붕의 붕괴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라 경악하는 수준이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이번 붕괴는 온실 가스 배출 등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적지 않다. 게다가 올해 봄 지구 각 지역의 평균 기온이 예년에 비해 1도 가량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등 온난화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어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 남극 남단의 라르센-B 붕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는 19일 남극 대륙에서 남미 대륙 남단 케이프 혼 쪽으로 뻗은 남극 반도의 ‘라르센-B’ 빙붕 중 주요 부분이 1월 31일부터 붕괴하기 시작해 최근 35일 동안 수천 개의 빙산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붕괴된 빙붕은 남극 대륙의 5개 거대 빙붕 가운데 하나로 두께가 200㎙, 표면적은 무려 3,250㎢에 이르며 7,200억 톤의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르센 B 빙붕은 최근 몇 달 동안 정상에서 녹은 물이 관찰되었으며 그 물이 점차 빙원 내부로 흘러 들어가 붕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간 라르센-B 빙붕의 소실 면적은 5,700㎢에 이르며 현재 남은 부분은 애초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다 쪽으로 이보다 바깥에 있던 작은 규모의 라르센-A 빙붕은 1995년 폭풍의 영향으로 소실됐다.

빙붕 붕괴와 함께 역시 이 달 초에 남극 대륙 남부 태평양 쪽에서는 싱가포르의 9배를 넘는 규모의 빙산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NSIDC는 “조각 난 라르센-B 빙붕이 수천 개의 빙산 덩이가 되어 인근 웨들해에 떠다니고 있다”며 “30년 간 남극에서 일어난 빙붕 침식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이번 붕괴는 기후온난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캠브리지대학의 빙하학자 데이비드 본은 “최근의 붕괴 진행 속도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빙붕이 적어도 1,500년 간은 안정된 상태로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 빙하까지 녹아내리면 재앙

이번 붕괴가 바로 해수면 상승을 불러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빙붕은 육지에서 흘러내린 얼음이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로 볼 때는 안심하기 이르다.

빙붕은 남극 대륙 쪽으로 접근하는 난류의 흐름을 막아 육지의 얼음인 빙하의 형태를 유지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때문에 빙붕이 붕괴되면 녹은 물이 남극 대륙의 빙하에 침투하면서 더 많은 얼음덩이들이 대양 쪽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실제로 NSIDC는 여름철 높은 기온이 계속 유지되면 다른 빙붕도 붕괴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라르센-B가 떨어져 나간 뒤 남은 라르센 C 빙붕도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수 년 안에 붕괴될 처지에 놓일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륙 중심의 빙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빙하까지 대양 쪽으로 흘러나가면 해수면 상승이라는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NSIDC는 내다봤다. 남극 대륙의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지구 해수면은 6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남극 기온 50년 간 2.5도 상승

남극 대륙은 1940년대부터 10년마다 섭씨 0.5도씩 기온이 계속 올랐다. 지구 전체 온난화보다 속도가 빠르다. 그 결과 1974년 이후 남극 대륙의 거대 빙붕에서 소실된 얼음의 총 면적은 1만 3,500㎢에 이른다.

하지만 남극 대륙 전체가 고루 기온 상승을 겪고 있는 건 아니다. 기후학자들은 남극 대륙 내에서도 일부 지역의 기온은 특별히 높고 다른 지역은 낮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시원스런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빙붕 붕괴가 기온 상승이 일어나는 지역에 집중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북미 대륙 북서 지역과 시베리아 고원 역시 지구 평균 기온 상승보다 더 심한 온난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반구 각 지역의 봄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1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기상청은 1985년 기상 관측 이후 199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해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달 남미 연안과 태평양 적도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등 엘 니뇨 현상 재발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빙붕(氷棚·ice shelf)

남극 대륙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

얼어 있는 해수면 상층이 아래 부분을 차지하고 윗부부은 내륙에서 흘러든 빙화와 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바다쪽의 얼음이 계속 떨어져나가더라도 빙하로부터 얼음 공급을 계속받기 때문에 대체로 일정한 규모를 유지하며 윗부분이 평평하다.'빙하'란 내륙에서 얼음이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것이고,'빙산'은 이 빙붕에서 떨어져나간 작은 규모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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