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 우리 경제는 3%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7.3%), 인도(5.4%)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1.2%), 일본(-0.5%), 대만(-1.9%), 싱가포르(-2%) 등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특히 그동안 논란이 돼온 ‘경기 바닥’이 작년 3ㆍ4분기로 분석되면서 경기과열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을 조짐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 속에 민간 소비 증대가 이끌어낸 ‘절름발이 성장’을 나타냈다. 금리인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은 한계를 보여 향후 경기는 수출 회복속도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 체감경기도 기지개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 하락으로 전년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실질 GDP 성장률과의 격차는 2000년 5.7%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크게 축소됐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격차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특히 4ㆍ4분기 중에는 실질 GNI가 3.4%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에 근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간 괴리가 거의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내수가 이끈 성장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기여한 비율은 2000년 57.8%에서 지난해 22.8%로 급락한 반면 내수의 성장 기여율은 42.2%에서 77.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율은 같은 기간 24.6%서 99.9%로 4배 이상 뛰어올랐다.
부동산 경기에 힘입어 건설부문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지난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도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저축률은 29.9%로 1983년 이후 처음으로 30%이하로 떨어졌다.
수출 비중이 낮아진 것은 우리 경제의 취약점인 높은 대외의존도가 개선된 것을 의미하지만 내수위주의 성장은 물가상승, 국제수지 적자를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내수 주도 경기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경기 바닥 통과했나
2000년 3ㆍ4분기를 고점으로 하강하기 시작한 경기가 1년만인 작년 3ㆍ4분기 저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일각에서는 경기과열에 본격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은도 올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3.9%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통상 경기사이클상 수축국면이 19개월, 상승국면이 34개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저점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가파른 경기 회복은 금리 인하를 통한 정책적 내수진작에 따른 것이어서 더 이상 내수에 의존한 경제 성장 지속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향후 경기는 수출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느냐와 반도체와 국제 유가 등 2대 가격 변수에 따라 향배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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