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金弘業)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친구로 알려진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사장의 차명계좌 거래내역이 속속 드러나면서 김씨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김씨의 차명계좌 수사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자금흐름은 크게 세가지. 먼저 김씨 가정부 명의의 계좌에서 발견된 1억원 중 5,800만원이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를 비롯한 아태재단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사실이 드러났으나 아태재단측은 “김 부이사장이 직원 퇴직금 지급을 위해 김씨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별도의 차명계좌에서 발견된 10억원 가량의 자금 중 5억원이 아태재단 신축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 H사 쪽으로 흘러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아태재단은 “지난해 연말 재단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사대금 지급을 위해 김 부이사장이 빌렸을 것”이라 설명했다.
20일에는 P건설과 김씨 사이에 거액의 자금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포착됐다. 지난해 김씨측 계좌에서 19억7,000만원이 P사 계좌로 유입됐다 몇 개월 후 20억6,200만원이 되돌아온 것.
P사는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됐던 정보통신업체의 자매회사로 당시 금감원 조사에서 동방금고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전력이 있어 김씨와의 자금거래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P사측은 그러나 “지난해 자금사정이 나빠져 회장 동생과 절친한 사이인 김씨로부터 돈을 빌렸고 김씨 계좌에 들어간 돈은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라고 해명했다.
이상 드러난 사실만 해도 김씨는 김 부이사장에게 최소 5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셈. 친구 사이의 일반적인 금전거래로 보기엔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에서 구구한 추측을 낳고 있다. 즉, 김씨가 아태재단의 비자금을 도맡아 관리하는 ‘창구’ 역할을 해 왔고 김 부이사장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는 가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김씨의 회사인 서울음악방송은 자본금 5억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라는 점에서 김 부이사장과 P건설 등에 수시로 거액을 빌려줄 만큼의 재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미스터리다.
차명계좌와 관련된 의혹 외에 김씨가 권력실세를 호가호위, 이권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20일 D주택의 이모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성환씨측이 지난 1월 공적자금이 지원된 대기업 계열사 S건설과 관련, ‘유력인사를 통해 이 회사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알려진 것 이외에 다른 회사들과의 금전거래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보이며 김씨 자금의 출처, 자금거래의 성격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만일 김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또 다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25일로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은 김씨 차명계좌 거래에서 드러난 의혹과 이권개입 정황을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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