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죽음은 경제학계에서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중요한 사건이다.”지난 11일 84세로 사망한 제임스 토빈 미 예일대 명예교수의 사망에 대해 다음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컬럼에서 이렇게 썼다.
폴 새뮤얼슨 MIT대 교수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 경제학자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경제학계의 거목이었다. 강직한 성품과 뛰어난 학문적 업적 때문이다.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넣지 말라’는 금언으로 유명한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 60년대 풍요시대를 연 케네디 대통령 정부의 감세 안은 그의 아이디어다. 그가 케네디 대통령을 도와 일하게 된 데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대통령이 그에게 경제자문위원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아마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저는 상아탑의 경제학자에 불과합니다”라고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대통령은 “잘 됐군요, 저도 상아탑의 대통령입니다”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직을 1년 6개월 맡았다.
■ 그가 한국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일 것이다. 국가간 이동하는 자본 거래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해 국제투기자본을 억제하자는 ‘토빈세’를 통해서다.
그는 이 이론을 71년에 발표했지만, 특히 90년대 말 아시아를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세금의 도입을 적극 주장했으나 그는 “박수소리가 엉뚱한 곳에서 나온다”며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반세계화 운동에 반대했다.
■ 토빈세가 얼마 전에는 TV 광고를 탔다. 영국에 본부를 둔 한 비정부 기구(NGO)는 ‘투기 자본에 세금을 매겨 빈곤국을 지원하라’는 광고를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광고는 국제투기자본이 빈국에 침투하는 것을 비유, 독수리 떼가 사냥감을 공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같은 날 외신은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냉전 체제가 사라진 90년대 이후 부자 나라들의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10년 사이에 20%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토빈이 이 광고를 봤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