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빌라문제에 대해 다시 사과했다.꼬리에 꼬리를 물듯, 연잇는 당 문제에는 또렷한 수습책을 내지 않았지만 사적 문제에는 한껏 고개를 낮추었다.
우리는 평소 남에게 어떤 크기, 얼마짜리 집에 사는가 묻지 않는다.
사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니 질문하면 무례이다. 그러나 정치가에게는 묻는다. 어떤 곳에 사는가? 정책을 묻듯 묻는다.
국민 삶과 나라 방향을 이끌겠다고 나선 대통령후보에게는 더 서슴없다. 그의 이념뿐 아니라 생각, 정서, 생활까지 알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때문이다.
정치가란 대문 빗장 열어두고 사는 이, 사적 영역을 갖기 어려운 이라는 말은 그래서 맞다.
이총재가 다시 사과한 이유는 무엇인가. “집없는 서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한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 근저에는 빌라문제가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과의 변은 정곡을 찌른 것 같지 않다. ‘처신’을 언급했지만 처신은 가치관, 정서에 따르는 것임을 누가 모를 것인가.
많은 이들은 빌라문제를 계기로 그의 가치관, 정서가 너무 비서민적이 아닌가 의심하고 그 답을 찾는 중이다.
정치가가 전용면적 74평인 ‘호화’빌라에 사는 것이, 그것도 분가한 자녀들과 나란히 세 채에서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면 우리 한국에서는 너무 귀족적인 가치관이고 정서이다.
건설교통부 주택통계자료(www.moct.go.kr/DataCenter/StatisticData) 서울시주택국 통계자료(
http://housing.seoul.go.kr)를
보면 정부는 아파트, 다세대 주택을 전용면적에 따라 넷으로 가른다.
18평 이하, 18~25.7평 이하, 25.7~49평, 50평 이상. 소형 중형에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 50평 이상은 ‘호화주택’으로 과세하는 것이 구분 까닭이다.
미국 시애틀 교외에는 건평300평이 넘는, 갑부들 집이 늘어서 있다. ‘메가 하우스(mega house)’라는 이 집들에 비하면 문제의 70평 빌라는 작다.
그러나 도시무주택자가 29.5%(95년. 유엔자료. www.unchs.org/guo/hsdb4), 주택보급율이 100%가 안 되며 상대적 빈곤감이 증폭하는 우리사회의 대선후보는 정서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전국민을 위한 주택정책도 태어난다. 이총재에게 한 끼니로 짜장면을 먹은 적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귀족정서를 경계한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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