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기자회견은 당 내분을 막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발상의 대전환을 통한 근본적인 갈등 타개책을 내놓기 보다는 적당한 타협으로 미봉하는 쪽을 택했다는 지적이다.한 특보는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측은 당장 “문제가 마무리된 게 아니라 다시 시작됐다”고 반발, 이 총재가 기대했던 내분 사태 수습은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 의미와 배경
이 총재는 “오늘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를 먼저 시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 등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수습책으로는 비주류를 잡아 두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비주류의 핵심 요구를 뿌리친 것은 포용보다는 확고한 당 장악을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대선 전략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당초 총재직 불출마 선언을 넘어 집단지도체제 즉각 도입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이 총재가 뒷걸음질친 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당무회의 중앙위원회 등을 거친 당론을 한 순간에 뒤집으면 침묵하는 다수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다”는 반엄포성 조언을 한 당내 세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핵심당직자는 “당이 작게 깨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크게 깨지는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 특보 등 참모진의 동요
이 총재의 가장 큰 걱정은 특보 등 참모진의 허탈감과 무기력증이다. 이들은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 파격적인 당 내분 수습안을 건의했다. “모든 것을 벗어 던진다”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가 없으면 난국 돌파가 무망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특보는 “할 말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특보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비주류 등의 반발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비주류나 당내 개혁파를 붙잡는데는 너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이렇게 되면 수습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기자회견 후 열린 의원총회 분위기도 내분 봉합보다는 확산에 가까웠다.회의를 끝내면서 당 지도부가 이 총재의 기자회견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려 하자 일부 의원들은 "결의문은 무슨 결의문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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